신정근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

인생은 흔히 산에 오르는 것, 혹은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비유한다. 뻔하고 흔한 비유지만, 이보다 적절하고 적나라하게 인생을 표현한 비유는 없을 것이다. 거친 파도와 같은 고통의 장막과 가파른 절벽과 같은 좌절의 벽은 서로를 돌아볼 여유조차 잊게 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고생을 물려주지 않고자 했다. 고생이 너무나 힘들고 지쳐서 내 소중한 아이에게는 좋고 편한 것만 주고자 했다. `캥거루맘`이나 `헬리콥터맘`과 같은 신조어들은 아이가 할 고생을 대신해주고 싶은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스로 고생이 너무도 힘들었기 때문에 고생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다음 세대에게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누구나 같을 것이다. 하지만 고생을 죄악으로 여기고 인생에서 고생을 몰아낸다고 행복하게 될까? 그렇게 고생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부모와 그 수혜를 받은 아이들 사이에 왜 대화가 사라진 걸까? 고생이 사라진 시대, 왜 사람들은 더 나약해지고 있는 걸까?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21세기북스 펴냄)`의 저자 신정근 교수는 고생을 이겨내야 할 것이 아니라 인생의 친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소통이 사라진 이 시대를 치유하는 방법은 서로의 고생을 알고 보듬어 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고생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진짜 고생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저자는 고사와 현대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을 통해 인생 속 고생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는 자발적 금식과 걷기, 등산과 같은 일상에서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20가지 고생 실습을 통해 인생의 굳은살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자발적 금식을 통해 배고픔의 고통을 여실하게 느끼고, 실제로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야 하는 사람들의 절망적인 고통을 이해하고 그 고통을 모른 채 하지 않고 자신이 뭔가를 했다는 보람을 느끼고 자신에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 또한 산과 들, 섬, 갯벌과 같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육체적 고생과 가사(假死) 체험이나 장례식에서 배우는 `부재(不在)`에 대한 두려움 등을 통해 고생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1세기 북스 刊, 272페이지,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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