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한국인이 주인공 `이색`
한국판에는 만화가 홍작가 삽화 담아

`개미`, `뇌`, `타나토노트` 등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사랑받아온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9)의 신작 소설 `카산트라의 거울`(열린책들 간)이 출간됐다.

`카산트라의 거울`은 한국인 김예빈이 주역으로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베르베르의 기존 작품과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 때문에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베르베르는 지난해 9월 방한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준비 중인 신작`카산드라의 거울`의 남자 주인공은 한국인 김예빈”이라며 “한국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며 썼다”고 말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인 주인공을 가장 기대했던 독자라면 작품을 펼쳐 들고 대뜸 서운함부터 느낄지 모른다. 김예빈은 엄밀히 말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라, 어린 시절 난민으로 프랑스에 흘러 들어간 `탈북자 출신의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는 왜 쉽게 만날 수 있는 한국인, 즉 서울의 한국인이 아닌 `탈북자`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작가의 말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나는 우리가 귀를 기울이기를 거부하는`다른`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싶었다.”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역들은 모두 사회에서 버림받은, 혹은 스스로 사회를 버린 존재들이다.

여주인공 카산드라는 미래를 예언하지만 정작 자신의 과거는 전혀 모르는 17세의 소녀다. 그녀의 운명은 고대의 예언자 카산드라와 닮은꼴이다. 아폴론 신으로부터 미래를 보는 능력을 선사받은 트로이의 카산드라는 아무도 그 예언을 믿어 주지 않는 저주까지 함께 받았다. 현대의 카산드라도 재앙을 예견하고 막으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않는다. 자폐증까지 있어 주변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 카산드라는 고아 기숙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한밤중에 탈출한다. 그녀가 흘러 들어간 곳은 파리 외곽의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 거기에서 네 명의 괴짜 노숙자 그룹과 조우한다. 왕년의 외인부대원, 전직 에로 영화배우, 한때의 아프리카 흑인 주술사, 그리고 어디에서도 조국을 찾지 못한 한국인 컴퓨터 천재 김예빈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 역시 세상이 귀 기울여 주지 않는,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또 다른 `카산드라`들이다.

그녀가 의지하고,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등진 그들 네 명의 노숙자뿐이다. 그들과 함께 재앙을 막으려는 카산드라의 몸부림은 온갖 모험으로 이어진다.

사실적 공간 설정, 적나라한 묘사, 어느 때보다도 긴박하고 강렬한 `액션`을 담아 `현실 사회`의 이슈들에 직접 다가서고 있다는 점은 예전과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베르베르`를 느끼게 한다.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한국어판 삽화, 한 화면 속에 시간의 경과와 다양한 초점을 담았다. 한국어판에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홍작가의 삽화를 담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베르베르 `카산드라의 거울` 1·2권, 열린책들 刊, 각 1만1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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