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신고 간이검사만·돼지 무더기 폐사하고서야 이동제한조치…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확산에 방역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한몫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방역 체계에 총체적인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안동시는 2차례의 구제역 의심신고에 대해 간이검사만 실시하는 등 초동 대처가 미흡했고, 구제역 발생 농장 주인이 구제역 발생국인 베트남을 다녀온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동대처 부실

1일 안동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안동의 한 양돈농장이 구제역 의심신고를 했으나 간이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관련기사 3·4면>

이틀뒤인 26일 또다른 농장에서 “새끼 돼지가 사료를 먹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방역당국은 구제역 음성판정이 나오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28일이 돼서야 돼지 200마리가 폐사한 와룡면 서현양돈단지 내 농장에서 신고를 해와 부랴부랴 이동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초기 방역 대응이 소홀했던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주가 운영하는 또다른 축산시설에 대해서도 당초 방역대상에서 제외시켰으며, 뒤늦게 예방 차원에서 구제역 발생 2개 농장주가 운영하는 농장 2곳의 가축을 살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주가 지난달 초 구제역 발생국인 베트남을 다녀왔음에도 국외여행자의 축산사업장 출입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엉성한 후속대책, 느림보 살처분

축산농가 소독과 감염 가축 살처분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대책본부는 지금까지 첫발생지 등 13개 양돈농장에서 모두 돼지 3만954 두를 살처분·매몰작업을 완료할 예정 가운데 1일 현재 1만2천100두가 처리됐으며 2차 구제역이 발생한 한우의 경우 살처분 대상 2천100여두 가운데 고작 120두가 살처분되는 등 속도가 느려 첫발생지인 돼지 살처분만도 5~6일 이상 걸릴 전망이다.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방역조치 사정이 이러하자 지난달 30일 오후 착수한 2차 발생지의 반경 500m내의 한우 살처분 조치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2차 발생지역 한우 4농가를 비롯해 129농가에서 사육중인 한우 등 가축 2천100여두를 살처분할 계획이었으나 전문인력 부족과 중장비 동원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살처분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방역당국은 1, 2차 발생지를 중심으로 반경 3km, 반경 500m의 방어선만 원형으로 각각 설정해 보다 더 포괄적인 `타원형 방역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덤프, 포클레인 등 중장비 부족 등을 예측하지 못한 당국은 일부 방역반 편성에 방제인력마저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인력시장의 건설근로자 등을 데려와 급조된 `방역지원 대책반`을 구제역 발생지 주변에 배치, `생색만 내는 방역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 초기에는 마취제 등 약제도 충분치 못한 가운데 구제역 발생지역에 방역 전문가가 고작 1명 배치되는 등 전문인력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돼지 살처분반에 투입된 공무원 A씨는 “구제역 발생 초기 약품부족으로 마취가 덜된 상태의 돼지들을 옮기다 중간에 날뛰는 바람에 곤혹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안동시 관계자는 “살처분 대상이 2만여두에서 3만2천여두로 늘어나면서 마취제 부족 현상 등으로 살처분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달 30일 오후 마취제 등을 모두 확보해 50% 이상을 살처분한 상태”라면서 “초기 대처에 있어서도 간이키트 검사에서 구제역 음성 판정이 나와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또 농장주가 해외여행을 갔을 때 신고와 검역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배준수·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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