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땅서 뚝 떨어져나온 히노미사키는 포항 어디”
“포항 호미곶 반대편서 동해 보는 느낌 남달라”

대사(이즈모신사) 앞 쪽 해변이 이나사노하마(稻佐の浜)다. 오호쿠니누시(大國主神)가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가 보낸 다케미카즈치노오(健御之男)에게 국토를 헌상한 곳, 이곳이 바로 국가이양신화의 무대다. 일본 사람들은 이곳을 화(和)의 정신적 원류라고 보고 있다. 

글 싣는 순서
신화의 무대 日 이즈모시 방문기

<4> 신라로 해는 지고

마치 호미곶의 어딘가를 달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을 때 일행은 히노미사키(日御)에 도착했다. 히노미사키는 국토유인(國土誘引)신화의 무대다. 야츠카미즈오미츠노노미코토(八束水臣津野命)가 구름이 많은 이즈모는 작고 어린 미완성의 땅이라고 보고, 신라의 땅 중 여분의 땅이 있는 것을 살펴, 처녀의 젖가슴처럼 풍성하고 널찍한 쟁기를 신라 땅에 꽂고 어망줄을 만들어 `슬금슬금 나라여 오라, 나라여 오라`하여 이즈모에 갖다 붙였다고 하는데 그 땅이 바로 히노미사키다. 어쩌면 포항 해변의 어디쯤과 맞추어 보면 아귀가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히노미사키 아래 신사가 있다.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와 스사노오미코토를 동시에 모시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스사노오미코토를 모시는 신사가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를 모시는 신사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이다.

신라로 지는 해를 볼 수 없었다. 시간은 맞았으나 날씨가 돕지 않았다. 하지만 포항 호미곶의 반대편에서 동해를 보는 느낌이 남다르다. 지금 연오랑 세오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연오랑 세오녀의 이야기는 일월사상과 닿아 있고, 해양문화와 닿아 있으며, 또 제철산업과 닿아 있다. 그렇다면 이는 포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한다. 이 기억의 재생은 포항이 환동해시대의 중심도시로 가는데 대단히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대경권 선도 프로젝트의 하나로 `신라문화탐방 바닷길`을 조성한다고 한다. 연오랑 세오녀의 테마공원도 만들고 집도 복원하며 첨단 IT기술도 접목한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를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피가 흐르고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해에 대한 논의는 무성해도 달에 대한 논의는 없을까? 해와 달의 이야기는 보편성도 가지고 있지만 21세기의 화두인 다원성, 복합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왜 연오랑세오녀 부부선발대회는 `양성평등`보다는 `효자·효부`의 이미지가 더 큰 것일까? 월포와 칠포의 달이 그렇게도 아름다운데, 왜 해맞이 광장의 짝이 되는 달맞이 광장은 없는 것일까? 왜 우리는 세계적인 제철기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연오랑 세오녀와 연결하지 못하고 있을까? 왜 신라문화 탐방 길에 과거의 `쇠부리터`를 재현하지 못하는가? 왜 야장의 체험을 미래의 신소재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왜 옛날 문화교류의 중심이었던 `동해바다`를 지금 우리의 활동무대로 만들지 못하는가? 물론 동해를 둘러싼 한일고대사의 진실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밝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의 상상력은 연오랑 세오녀의 이야기를 주제로 `뮤지컬`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일행은 어두워진 이즈모 시내를 헤매다 겨우 민숙에 들었다. 민숙의 주인은 70이 된 할머니 인데 얼마나 친절한 지 이루 말할 수 없다. 할머니는 연오랑과 세오녀를 알지 못한다. 마치 안개 속에서처럼 이즈모의 밤이 깊어간다.

<끝>

이상모· (사)도시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