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문예사조`로 등단후 첫 수필집 발간

사계절 푸른 잎사귀와 보석 같은 귀한 향을 뿜어 올리는 난. 난()이 좋아 난을 가꾸며 반평생 난과 함께 해온 고매한 삶. 청초함이 깃들고 사색과 명상이 머무는 고향의 존재와도 같은 난실(室)을 손수 가꿔 심미안의 눈과 귀를 열어가며 난향(香)같은 글을 써온 지 30여년.

포항에서 활동중인 여류 수필가 이영숙(53)씨가 최근 첫 수필집 `풍란, 그 香의 텃밭에서`(문학관 간)를 펴냈다.

작가는 포스코의 부덕사 문예창작 수업과 포항문예아카데미 1기를 수료한 뒤 지난 2002년 `문예사조`로 등단했다.

1부 `음악이 흐르는 강`에서 6부 ` 한 포기`까지 총 67편의 수필과 평론으로 구성된 이 수필집에는 인간의 심성을 테마로 작가 자신만의 목소리와 뚝심으로 정신적 세계를 깊이 다루고 있다. 또한 예술적인 면이 다분하게 가미된 소재와 문장의 스타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이야깃거리가 흥건하게 제공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피와 땀, 눈물겨운 고난이 필요하다`며 난실(室)을 가꾸고 집 한 켠에 텃밭을 일궈온 작가는 햇살 한 줌, 바람 한 줄기, 피어나는 꽃의 움직임까지 관찰하며 온밤을 지새워왔다. 삶의 무게가 버거울지라도 자연과 접하게 되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희망을 떠올리고,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며, 시간까지 넘나드는 행복감을 만끽해 왔다. 풍란(風蘭)을 분신처럼 여기며 삶을 유유하게 살아가는 작가는, 그 자신이 꽃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풍란이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하여, `풍란`을 향한 그의 몰입이 물아일체의 향기로 피어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한국수필학회 윤재천 회장은 평론에서 “이영숙의 수필은 고백론이며 회고록, 그만이 지닌 삶의 철학”이라고 전제, 삶의 체험과 전문적 지식, 상상력이 융합되어 가슴속에서 달구어낸 그만의 뚝심으로 써온 개성적 수필을 “거울에 자신을 투영하듯 짧은 매수의 원고지에 자신의 모형을 만들어내는 생(生)의 광장이며, 새벽녘 이슬 머금고 피어난 풀꽃처럼 누가 기다려주지 않아도 음률을 타고 울려 퍼지는 영혼의 샘터”라고 했다.

이영숙씨는 작가노트에서 “생명수같이 달고 단 물. 언제나 필요로 하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꺼지지 않는 꿈을 키우며 작은 등불 하나 대문에 걸어놓고, 영혼을 가꾸는 서란(書蘭)의 텃밭이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또 그는 “글과 음악, 풍란, 생(生)이라는 텃밭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삶의 동반자이기에 “머무는 그 날까지 고락(苦)을 함께 하고, 좋아하는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더 열심히 다른 사람의 책을 만나 아름다운 글을 빚어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과 빛을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윤희정기자

이영숙 수필집 `풍란, 그 香의 텃밭에서` 문학관 刊,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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