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4일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에이스 카드 2장을 내밀었지만 이를 상대할 한국의 패는 마땅치 않다”고 비유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판돈을 높이는데 한국은 패가 별로 없다(South has few cards to play as North Korea ups the ante)`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병들고 고립된 김정일이 검증 않된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준다는 가장 위험한 모험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일이 손에 든 카드는 몇 장 안되지만 이 가운데 2장, 그것도 에이스 2장을 최근 사용했다는 것이다.

첫 카드는 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의 표현대로 놀라울 정도의 현대적인 우라늄 농축 시설을 국제사회에 공개한 것이다.

두 번째 카드는 북한이 한국의 섬에 해안포를 발사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FT는 “북한이 이 2개 카드를 사용한 이유에 대한 답은 쉽지 않지만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면서 우선 김정일이 김정은의 후계자 추대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아들의 업적 쌓기를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북한의 유일한 협상 목적은 작은 양보를 대가로 국제사회에서 돈과 에너지를 공급받으려는 것”이라면서 미국을 6자회담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판돈을 키운 김정일식 포커는 보수적인 이명박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면서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이후 군사충돌로 치닫지 않은 것에 대해 평가를 받았지만 공격을 명령한 주체가 분명한 이번에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FT는 지난달 이 대통령이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북한을 개혁하는 일을 중국에 맡기는 것은 절박한 전략처럼 보인다”면서 “이는 한국 정부 나아가 미국 정부의 카드가 별로 없음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