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미관계 교착 흔들기”

북한이 23일 오후 연평도를 해안포로 공격한 것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일단 우리 영토에 포탄을 떨어뜨린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심각한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우리 군이 서해상에서 진행 중인 호국훈련에 대해 북측이 항의한 것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이번 해안포 공격이 우발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북한이 이처럼 엄청난 도발을 자행한 배경에는 일단 남북 관계와 대미 관계의 교착국면을 흔들어 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을 분석했다.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라는 `초강수`에도 한미 양국이 종전의 기조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군사적 도발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국방연구원의 김태우 책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에 대해 금강산 관광과 6자회담 재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자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나선 것”이라면서 “심각한 경제난 등 내부 문제의 다급성이 반영된 도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도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 해도 우리 정부가 계속 무대응으로 나가자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켜 돌파구를 만들려는 속셈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달 들어 북한을 방문한 미국 핵전문가들에게 북측이 누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 2000년의 `북미 공동 코뮈니케` 내용을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코뮈니케에 담긴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과 관련,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성을 부각시킴으로써 평화체제 수립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영수 교수는 “국제적 쟁점인 북방한계선(NLL)을 건드려야 미국이 따라들어온다는 것을 북한은 알고 있다”면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이어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내부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포사격 도발을 감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으로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에 있는 북한이 주민 결속용 카드로 군사적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김정은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내부 단속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강경한 군사적 대응으로 위기감을 조장해 주민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것”이라면서 “김정은의 리더십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부 강경세력의 과잉충성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