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가지를 수놓던 동백꽃

목탁 두드리듯

첨벙첨벙 물에 뛰어들어

붉은 꽃잎 한 장 한 장

스미는 살얼음에 견성하다가

얼음 속에 꼭 갇혀

동백얼음꽃으로 붉은 보길도 세연정은

해탈한 붉은 동백얼음꽃 경전 읽는 재미로

얼음 밑 흐르는 물들이

졸졸졸졸 자잘자잘

해탈송 암송하더라

화엄(華嚴)세상은 어디일까. 엄동의 혹한을 건너가는 동백꽃들이 목탁을 두드리고 경을 읽으며 견성(見性)에 이르려고 정진하는 곳, 하여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정신으로 거기에 화답하는 바로 거기가 화엄이 아닐까. 세연정은 보길도의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의 정자다. 겨울이 스러져갈 즈음 거기 세연정 주변 화르르 타오르던 동백들이 화엄세상으로 툭툭 떨어져 내리는 기막힌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으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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