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에 불어난 강을 힘겹게 건너서는

뒤돌아보고 가슴 쓸어내린다

벌건 흙물 거친 물살 저리 긴 강을

내게도 지나온 세월 있어

지나오긴 했는지 몰라도

뒤돌아보이는 게 없는 건

아직도 쓸려가고 있는 것인가

내가 언제나 확인하고 확신하는 이 몸짓은

떠내려가면서 허우적이는 발버둥인가

내게는 도무지 사는 일이 왜

건너는 일일까

한 시대를 잘못 꿈꾼 자의 강박일까

삶은 해결해야 할 그 무엇일까

이 생의 건너에는 무슨 땅이 나올까

많이도 쓸려왔을 터인데 돌아보면

어째 또 맨 그 자리일까

`초심`(2003)

시인은 삶 자체를 강을 건너는 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숙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자신은 여전히 자신의 삶 속에 갇혀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가 변화를 추구하며 저항하며 시를 써온 왜곡된 정치적, 사회적 삶 속에 살아가면서도 그는 그 강을 건너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음을 자탄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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