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장면 휴경지서 재배한 배추로 나흘간 작업
2천500상자로 포장돼 29개 읍면동으로 배달

18일 오전 11시 포항실내체육관 옆 주차장.

포항시새마을협의회와 부녀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사랑과 나눔의 1만포기 김장담그기` 현장에 들어서자 산더미처럼 쌓인 절인배추가 눈에 들어왔다.

이 배추들 사이사이로 300여명의 새마을 회원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해 김치를 버무리고, 포장하고, 옮기느라 분주했다.

지난 15일 죽장면 배추밭에서 배추 뽑기 작업을 시작으로 이곳에서는 총 4일간에 걸친 대대적인 김장담그기 행사가 진행 중이다.

포항시새마을회 정동진 사무국장의 안내로 버무리기 작업이 한창인 테이블에 들어서자 “보는 거하고 직접 하는 거하고 많이 틀릴낀데, 신부수업 하는 셈치고 오늘 한번 해 보세요”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무장갑이 기자의 손에 건네졌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배추에 김장속을 채워놓자 이를 지켜보던 한 부녀회원이 “그카면 나중에 양념이 모자라서 나중에 배추만 남는데이. 김장속도 적당한 게 맛있는 법이야”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함께 작업하던 부녀회원에게 김장버무리는 방법을 다시 배운 뒤 본격적으로 배추를 버무렸다.

배추 속 구석구석에 김장 속을 골고루 넣어야 했지만, 처음 하는 일이라 어떤 배추는 김장속이 드문드문 들어갔고, 어떤 배추는 김장속을 너무 많이 넣기도 했다.

20분 정도 작업하니 배추 열댓 포기 정도가 어느 정도 버무러졌다. 서서 김장속을 바르니 허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함께 작업하는 부녀회원들의 얼굴에는 싱글벙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주차장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트로트 노래소리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돼지고기 수육에 갓 담근 김치 한 점을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죽장면새마을부녀회 이명자(58)씨는 “올해 배추는 죽장면 휴경지 4천958m²(1천500여평)에 1만 포기의 배추를 심어 우리가 직접 재배한 것”이라며 “아직 집에서 먹을 김장을 안 했지만, 소외계층 이웃들을 위해 김장을 하니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1만 포기 김장버무리기 작업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맛있게 버무려진 김치는 2천500여개 상자(한상자당 평균 4포기)로 포장돼 포항시 29개 읍면동으로 배달됐다. 이 김장김치는 19일 각 읍면동에서 지역 소외계층과 독거노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포항시새마을회 박봉덕 회장은 “올해까지는 새마을부녀회가 행사를 주관해 왔지만, 앞으로는 포항시새마을회가 주관해 김장을 담글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2만포기의 김장을 담가 이웃사랑을 실천하려 한다”고 전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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