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지고

속이 빈 갈대는

돈을 모으며 기다립니다

진창을 딛고

발이 빠진 갈대는

운명을 탓하며 흔들립니다

세월이 흘러

머리가 빠진 갈대는

세상을 원하며 운다

갈 때가 되어도

가지 못하고

늪가에 꽉 박아서있는 갈대

인생살이를 갈대의 삶에 비유한 시이다. 험악한 세월을 가난과 시련 속에 시달리며 살아온 조선족의 슬픔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쉽게 흔들리는 갈대의 속성보다는 타성에 의해 고난 받고 통제받을 수밖에 없는 슬픔이, 민족적 수난의 일단이 비치는 아픈 서정의 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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