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사무실서 불길… 매캐한 연기 질식

12일 새벽 포항의 한 사설 노인요양원에서 화재가 발생, 10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노인들이 대부분이었던 이 요양원의 대참사는 그러나 관계당국의 관리사각화, 형식적인 소방점검, 늑장 신고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인재논란이 일고 있다.

■사망 10명, 부상 17명 초유의 참사

12일 오전 4시 24분께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인덕노인요양원에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김모(87·여)씨 등 노인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불을 처음 발견한 야간안전관리인 최모(63·여)씨는 “잠을 자던 중 불빛이 보여 나가보니 사무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사일생으로 요양원을 빠져나온 김송이(88) 할머니는 “잠이 안 와 침대에 누워있던 중 목이 메케하고 따가워 아줌마를 불렀는데 불이 났더라”며 “다리가 불편해 움직일 수 없었는데 아줌마가 밖으로 끌어내 빠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불은 전체 2층 건물 387㎡ 가운데 1층 사무실 16.5㎡를 태우고 30분만에 진화됐으나 사상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중증의 노인 환자들이어서 짙은 연기에 질식,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들을 포항의료원과 포항기독병원, 포항성모병원, 에스포항병원 등 4곳으로 후송됐다.

■사고순간

이날 오전 4시께 새벽 순찰을 돌던 당직 요양보호사 최모(63·여)씨는 사무실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목격, 요양원에서 50여m 떨어진 포스코 기술연구소 제품실험동 경비실로 달려가 경비원에게 119 신고를 요청했다.

사내전화로 신고된 바람에 출동한 포스코 자위소방대는 다시 119에 신고했고 경북도 소방본부를 통해 신고를 접수받은 남부소방서는 오전 4시29분께 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20여대와 200여명의 인력을 출동, 30여분만에 진화했다.

한 소방관은 “사망자들 모두 직접적 화상보다 연기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면서 “화재가 발생하고 수분간 탈출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아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 정황을 밝혔다. 또 새벽 4시 30분께 새벽기도를 가다 불이 난 것을 봤다는 김연분(63·여)씨는“가까스로 구조된 할머니들은 맨발로 벌벌 떨었고 얼굴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고 전했다.

■피해보상

불이 난 건물은 보상한도가 사고당 1억원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있다.

총액 1억원으로 사망자 유족 보상금과 치료비 등을 배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험사 측은 설명했다.

입원 환자 보상과는 별도로 건물 자체에 대해선 보상한도가 4억원(건물, 집기류 포함)인 보험이 가입돼 있다.

이에 따라 요양시설 운영자와 유족 대표단 등이 별도의 보상금 협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관리사각, 인재논란

문제의 요양원은 전체 2층 건물 396㎡ 로 1973년 제철동사무소로 사용되던 것을 이모(65)씨가 포항시로부터 임대해 2007년 리모델링을 해 운영중이다. 하지만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는 등 기본적인 화재 대응 장비조차 없었다.

▲사망자 명단(10명 모두 여자)

△포항의료원 = 김희순(71), 정매기(76), 권봉순(95) △에스포항병원 = 김복선(83), 김송죽(90), 형순연(81) △포항세명기독병원 = 김분란(84), 양정석(87), 장후불(73), 정귀덕(78)

▲부상자 명단(17명 모두 여자)

△포항성모병원 = 김위천(91), 연기순(91), 박귀란(75), 윤고비(92), 김송이(87), 전분순(95), 조진옥(70), 김순림(50) △포항세명기독병원 = 하달화(94), 김남수(77), 김태문(84), 배화연(79), 김두남(77), 김순이(90), 조연화(75), 안덕순(86), 장신순(81)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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