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센터 외부 깨끗하지만 내부는 아비규환 그 자체
가까스로 구조된 할머니들 당시 처참했던 상황 전해

화재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요양센터 외부는 깔끔한 건물형태를 유지했지만 27명의 사상자를 낸 내부는 화마에 검게 그을린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치매 등 중증질환을 앓고 있던 고령의 노인들이 지옥과 같은 사고현장에서 숨져간 당시 상황을 떠 올리며 유가족들은 치를 떨며 통곡했다.

12일 오전 화재 진압 직후 일부 공개된 노인 생활실 2개와 사무실, 중앙 홀, 창고가 있던 1층 내부는 화재로 홀의 집기 등이 완전히 불에 타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무실 창문도 파손돼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연상케 했다.

노인들이 생활했던 방도 벽과 바닥, 천장 전체가 탔고 생활실 창문 밖도 검게 그을려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새벽 4시30분께 새벽기도를 가다 불이 난 것을 봤다는 김연분(63·여)씨는 “불꽃은 잘 안보였지만 요양센터 현관과 1층 창문쪽에 시커먼 연기가 엄청 났다”며 “가까스로 구조된 할머니들은 맨발로 벌벌 떨었고 얼굴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고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전했다.

화재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은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는 어르신들이 암흑천지에서 저항한번 못하고 변을 당했다는 생각을 하니…”라며 말문을 열지 못하고 대성통곡했다.

인근 주민들은 “밖에서 보기에는 불이 났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멀쩡한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일하게 구조된 김송이(88) 할머니는 “잠이 안와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목이 메케하고 따가워 아줌마를 불렀는데 불이 났더라”며 “다리가 불편해 움직일 수 없었는데 아줌마가 밖으로 끌어내 빠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시내 4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는 노인들 대부분도 지옥같았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울먹이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의료진은 물론,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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