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대화` 아트북스 刊, 324페이지, 1만8천원

박대성+유근택, 배병우+뮌, 최종태+이동재, 고영훈+홍지연, 이종구+노순택, 윤석남+이수경, 사석원+원성원, 홍승혜+이은우, 임옥상+김윤환, 안규철+양아치. 열 쌍의 예술가들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각각 원로·중견 작가와 비교적 젊은 세대에 속하는 작가들로 구성돼 있다. 중견 작가이든, 젊은 작가이든 이들은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이른바 `성공한` 작가들이다.

그럼에도 작품세계가 제각각이듯 작가들이 겪어온 경험은 저마다 다르고 미술계의 상황은 10년 전과 비교해 봐도 크게 달라졌다.

작가들은 대개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작업에만 몰두하기 쉽다. 여기 모인 작가 중에는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그것이 작업의 골간을 이루는 작가도 포함돼 있지만, 결국 창작의 순간에는 무엇보다 자신과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업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펼쳐졌다. 서로 다른 세대의 경험, 다양한 장르, 작업 방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풍성한 식탁이 차려진 셈이다.

예술가들 자신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진솔하다. 그리고 어렵지 않다. 평론가들의 지식이라는 필터를 거쳐 나온 것이 아니기에 예술가들의 생각과 작품을 마주 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작업관, 인생관이 서로와의 대화 속에서 드러난다는 것, 이것이`예술가들의 대화(아트북스 펴냄)`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이 대화는 원래 2008년 가나아트센터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원로·중견 작가와 신진 작가 12팀이 참여한 전시 `통섭`전이 씨앗이 됐다. 이 전시 기획전을 더욱 의미 있게 하고자 큐레이터 김지연씨가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뜻 깊은 대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 책은 애초의 대담을 바탕으로 새로운 팀을 구성하고 추가로 만남의 자리를 갖는 등 보완 작업을 거쳐 더욱 다채롭고 탄탄해졌다. 여기 수록된 대화들은 후배가 선배에게 묻고 선배는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또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이들 대화는 또 독자에게 그들의 내밀한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평소 가까이에서 작가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 미술 기획자와 미술 담당 기자가 원로·중견작가 1명과 젊은 작가 1명으로 구성된 10팀을 꾸린 뒤 이들이 미술의 장르와 메시지, 의미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

책은 세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예술가 장르를 말하다`에서는 총 네 팀이 조각, 한국화, 서양화, 그리고 사진과 영상을 화두 삼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2장 `예술가, 메시지를 전달하다`에서는 대중 속으로 뛰어들거나 사회 문제를 주제로 활동하는 작가들 세 팀의 대담을 엮었다. 3장 `예술가, 미술의 의미를 묻다`에서는 다양한 미술세계와 함께 그 의미를 찾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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