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베이컨을…` 문학동네 刊, 343페이지, 1만6천500원

인류는 진짜 매머드 사냥꾼이었을까?

구석기시대라고 하면 모피를 걸친 남자 사냥꾼들이 창을 들고 거대한 매머드와 곰을 용감하게 공격하는 모습을 흔히 떠올린다. 이 풍경 속에서 여자들은 아이들을 껴안고 겁에 질린 얼굴로 바위 뒤에 숨어 있거나 아니면 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자들의 역할이라고 해봐야 멀리서 절박한 표정으로 곰을 바라보거나 도망치는 것뿐이다. 킹콩과 비명을 지르는 여성의 이미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하지만 인류는 위대한 사냥꾼이 아니라 청소동물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문학동네 간)는 선사시대 여자가 실제로는 인류의 발전에 남자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보여준다. 추운 지역에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류, 수로를 통한 장거리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뗏목에 사용된 밧줄, 공동 사냥에 이용된 그물 등 여러 중요한 물건들을 여성이 발명했다고 강조한다. 또한 여성들이 언어와 농업, 사회생활의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선사시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선사시대 여자가 실제로는 인류의 발전에 남자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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