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늘에 서서

하늘에 노니는 꽃가지

그늘에 서서

아득히 하늘길 다녀왔느니,

처음인 듯

이 세상 한번은 살아볼 만한 것이었다

조붓한 골목 돌아

한길 나서 돌아보느니,

차창에 옛집 스치듯

그 지붕 너머 하늘 스치듯

어느새 어스름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세상에 와서

그런 골목 몇 채 걸어나왔느니,

이 세상에 내가 지은 집이란

그 골목 끝에 걸어둔 하늘 몇 채인 것이었다

필자가 만난 장철문 시인은 참으로 따스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가 한창 시를 써서 발표하던 그 시기의 시적 경향과는 좀 다르게 그의 시는 다분히 긍정적이었고 삶에 대한 인식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편들이 많았다. 뿐만아니라 언어를 만지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어서 늘 신선한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켜 준다. 이 시에서도 우리 한 생애를 골목 속의 집 한 채로 비유하면서 인생을 관조하는 겸허하고 조용한 시인의 눈을 본다.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