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표된 한나라당 내의 모임인 `민본21`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와 방식에 대해, 지역 정치권이 불만을 표출했다.

민감한 시기에 한나라당에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는 여론조사를 한다는 자체도 이해할 수 없으며, 이를 통해 당내 분란을 야기하는 것도 문제라는 게 지역 정치권의 주장이다.

민본21은 지난달 `대한민국 보수의 좌표와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 앞서 한국정책과학연구원(KSPI)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재집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1.6%는 “다른 정당으로 바뀌는 것이 좋다”고 답해 “한나라당이 다시 한 번 집권하는 게 좋다”는 응답 38.4%보다 크게 높게 나타났다.

정권교체 요구가 젊은 층보다 40대에서 가장 높았다는 점도 특이한 대목이다. 20대의 경우에는 정권교체 선호가 60.7%, 30대는 65.6%, 여론 주도층인 40대에선 69.6%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50대 이상에서 역시 정권교체 선호도가 54.8%로 재집권 응답 45.2%보다 높았다. 계층별로는 고소득층에서 “정권교체가 좋다”는 응답이 70.4%로 가장 높게 나타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민본21의 구성원과 당내 공천개혁이 얽히면서 자연스럽게 이상득(경북 포항남·울릉) 전 국회부의장 등 지역 의원들에게 타겟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지역 의원들은 “결과는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민감한 시기에 그 같은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우선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은 “결과가 충격적”이라면서도 “결과를 통해서 나오는 것은 뻔하지(공천개혁)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그 같은 여론조사는 그렇지 않아도 여론이 좋지 않은 한나라당에 더욱 좋지 않은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수도권 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와 다르지 않다”고 경계하고, “결국, 민본21이 바라고 있는 것은 19대 총선에서의 개혁 공천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강 의원은 “민본21의 개혁공천은 지역의 다선 의원들을 바꾸겠다는 것”이라면서 “개혁도 좋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대구 수성을) 전 특임장관도 지난 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여론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건 아니고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조사기법상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는 부동층까지 포함된 것으로 실제 지수는 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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