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출신의 조선말 실학자이자 한의학자였던 석곡 이규준(1855~1923) 선생.

석곡 선생은 사문난적(斯文賊·유교에서 교리를 어지럽히고 사상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으로 몰리면서도 유학의 근본이념으로의 회귀를 주장한 실학자로 명성을 남겼다.

특히 한의학의 경전이나 다름없던 중국의 황제내경과 허준의 동의보감을 과감히 재정리해 `소문대요`와 `의감중마` 등 두권의 의서를 남기는 등 한의학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또 천문학에도 두각을 나타낸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그 학문적 깊이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허준, 이제마와 더불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한의학자로 근대 한의학의 서곡을 울린 한의학자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 그의 학문은 후학들이 소문(素問)학회를 만들어 수십년째 왕성한 연구활동을 벌일 정도다.

지난 2009년에는 선생이 손수 만든 목판본 360여개가 경북도문화재로 지정되고 선생의 이름을 딴 도서관도 고향인 동해면에 세워졌다.

지난 9월에는 조선 성리학과 이의 당파성에 대해 논하고 자신의 철학 사상을 피력한 `석곡심서(石谷心書)`, 서양의 역사와 문물에 대해 논한 `포상기문(浦上奇聞)`, 동의보감을 자신의 부양의학론(扶陽醫學論)에 맞게 산정하고 간간이 자신의 의견을 삽입한 `의감중마(醫鑑重磨)`등 선생의 저서 5종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국역 발간됐다.

선생의 이같은 뛰어난 학문적 성과와 사상을 기리는 추모제가 지난달 31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죽정리 석곡 선생의 묘소 앞에서 제자와 향토사학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지난 1991년부터 석곡 선생의 제자인 무위당 이원세 선생의 제자들로 구성된 대한한의학회 소속 소문학회(회장 손명용) 회원들이 선생의 기일에 맞춰 묘소 앞에서 선생을 추모하는 제를 올리고 학회와 세미나 등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도 소문학회 주최로 회원과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30, 31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학회와 추모제, 워크숍 등의 행사를 갖고 석곡 선생의 학문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과 관리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원들은 무위당 선생 서거 10주년이 되는 오는 2011년에는 석곡 선생의 기일에 맞춰 추모제를 올리는 한편 무위당 선생 추모 사업도 석곡 선생의 고향인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서 다채롭게 열 계획이다.

석곡 선생은 조선말 1855년(철종 6년) 영일군 동해면 임곡리에서 출생해 일제시대인 1923년 10월10일 향년 69세로 세상을 떠났다.

석곡의 묘소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 죽정리 화주산에 부인과 함께 합장돼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향토사학자 황인씨는 “석곡은 다산 정약용과 비견될 정도로 폭넓은 저서를 남긴 문인이자 학자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이유로 잊혀져 왔다”면서 “석곡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삶이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학계의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