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이 몫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저항은 어떤 이들에겐 밥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 여름 낮의 한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시를 찾아서`(2001)

처연한 현실 인식의 시이다. 어려웠던 시대를 뜨겁고 정직하게 혹은 철저하게 곧은 길로 걸어온 시인의 순결한 저항정신이 전혀 무효화되고 만 현실에 대한 비애가 나타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시대는 시대를 계승하기 보다는 배반함으로써 이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군사독재시대 민주화운동도 합법적 시민운동의 다양한 활동에 의해서 거의 화석화되고 마는데 대한 시인의 안타까운 심정이 깊이 깔려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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