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택편집부국장
대한민국 국정감사가 끝났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늘 그랬던 것 처럼, 요란 했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포항시 행정사무감사 역시 그저 그렇게 끝이 났다. 일각에서는 국정감사나 행정사무감사 모두에 대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 매년 그렇게 해왔으니까 올해도 그저 그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와 포항시행정사무감사를 비교하는 것 자체는 넌센스다. 맞는 얘기다. 감사라는 비슷한 차원의 요소는 있지만 분명 규모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홍보분야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감사내용을 언론사 등에 알리는데 주력한 반면 시의원들은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숨기는 눈치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감사내용을 언론사에 한줄 게재해주기를 기대하며 보도자료를 그야말로 엄청나게 생산해 대대적으로 뿌린다.

반면 포항시의회는 자신의 주요감사내용을 언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부 알리기 싫어하는 눈치다. 왜 그럴까. 지방의회와 집행부공무원간에 맺어진 지역선후배의 끈끈한 정 때문인가. 그렇지도 않다면 지역구 현안해결을 위해 공무원들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는 지방자치의 현실때문일까.

감사를 하고도 언론 등에 쉬쉬 한다면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공무원을 압박하는 카드로만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지방의회의 한계인지 6대의회 의원의 자질의 한계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시점이다.

얼마지나지 않으면 포항시의원의 자질(?)을 실험하는 또하나의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말 열리는 포항시민체육대회는 포항시의원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평가를 받는다. 때로는 체육대회 성적으로 술실력, 노래실력으로 그들의 자질을 평가받는다. 의원들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상관없다.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평가 받게 돼 있다.

10회째를 맞는 포항시민체육대회를 준비하는 공무원들과 동네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아니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의원들의 입장은 어떨까.

포항시민체전이 열리면 누가 가장 행복하고 반대로 누가 가장 불편한지 궁금하다. 먼저 시의원들은 이 같은 행사가 결코 반갑지 않은 것 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읍면동 체육회장도 입장은 마찬가지인 듯 하다. 아마도 행사진행과정에서 주머니 털릴 것을 우려한 것인지 몰라도 종목이 늘어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눈치다. 구기종목 추가에는 더더욱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원의 자질은 동네체육대회 성적순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체육대회의 성적에 의원들과 일부 주민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각종 종목에 참석하는 주민들도 그리 반기는 눈치는 아닌 듯 하다. 특히 단체가 참여해 사전 준비가 필요한 종목은 시간도 빠듯해 준비하는 것 조차가 쉽지 않다. 생업도 바쁜데 행사참석을 요구하는 동네 유지가 원망스럽다.

읍면동 공무원들도 썩 반기지 않는 눈치다. 그런데도 이러한 잔치는 철마다 되풀이된다. 그렇다면 박승호 포항시장은 당일 대회를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낄까.

차제에 주민들이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는 이 같은 대회를 바꿔보는 것은 어떤가. 굳이 구기종목 등이 과거와는 달리 일반화 돼 있어 시민체육대회에서 빠졌다면 스포츠 비슷한 다른 행사도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 성적을 통한 읍·면·동간의 경쟁도 없애야 한다. 이날 시민들은 그냥 그렇게 하루를 즐기면서 보내면 된다. 시민들이 어쩔수 없이 참여하는 행태가 아닌 원해서 운동장을 찾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먼저 성적부터 없애야 한다. 지나가는 시민이면 누구든지 참여해서 하루를 즐기는 그런 시민화합 대제전 등이면 만족이다. 가수도 부르고 시민들도 노래부르고 그런 잔치 말이다. 괜한운동에 성적매기지 말자. 애매한 의원과 공무원 가슴을 아프게 만들 필요가 없다. 화끈하게 하루를 정말 즐기는 시민축제는 시기상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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