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시집 `다산의 처녀` 민음사 刊, 148페이지, 8천원

1969년 서정주,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문정희 시인은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여성시를 이끌어 온 대표 시인이다.

섬세하고 힘 있는 `여성적 생명주의` 시 세계를 구축해 폭넓은 공감대를 일으킨 그녀의 시는 국경을 뛰어넘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알바니아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2008년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등을 수상한 시인은 2004년 마케도니아 테토보 세계 문학 포럼에서 올해의 시인상을 받기도 했다.

여성성과 일상성을 기초로 한 특유의 시적 에너지와 삶에 대한 통찰로 문단과 독자 모두의 사랑을 받아 온 문정희 시인이 등단 41년 만에 열한 번째 시집 `다산의 처녀`(민음사 간)를 출간했다. 그녀의 시는 여전히 건강하고 솔직하다.

기존의 여성시가 안고 있는 정적이고 수동적인 자아를 거부하고, 문단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올곧게 밀고 온 그녀의 시 세계는 한 문학적 인생의 진경을 보여 준다.

이 시집에서 말하는 `처녀`는 여리고 나약한 존재가 아닌, 비옥한 자연의 몸을 간직한 다산의 생명을 상징하며,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가장 순수한 여성을 상징한다.

그녀는 그 근원적 생명의 힘을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들려준다. 일상의 편린 속에서 번뜩이는 예술적 순간을 발견해 내는, 경쾌하고 발랄하지만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느껴지는 시어들로 우리의 영혼을 깨우며, 쓸쓸한 우리네 삶을 따뜻하게 끌어안아 준다.

문정희 시인은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문정희 시집`, `새떼`,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찔레`,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네`,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 사랑아`,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나는 문이다` 등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영역 시집 `Wind flower`, `Woman on the terrace`가 출판됐고 그 외에도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알바니아어 등으로 번역 소개됐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문창과 교수를 역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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