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경상북도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연수원에서 교원들의 역량과 자질, 전문성 신장을 위한 각종 연수 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다가 지난 하계에는 필자가 연수생이 되어 교육을 받게 됐다.

평소 맡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수생들 중에는 종일 연수를 마치고 사무실에 가서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이도 있었다. 나 역시 연수 중 10분 시간을 할애해서 짬짬이 업무를 보다 보니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또한 시험을 치르는 연수라 다른 연수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연수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시험을 치고 나면 항상 수험자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다. 왜 진작 더 열심히 못했을까? 왜 그걸 정답이라고 찍었지? 다들 겉으로는 웃지만 아쉬움과 자책의 갈등 심리로 인해 표정이 굳어지고 말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학창시절 시험을 못 치면 속상하고 서러워 친구를 붙들고 울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나이가 들면 이제 감정 관리도 할 수 있어서 의연하고 느긋하겠지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한 걸 보면 시험이란 것이 정말 대단한 존재인 것 같다.

곧 수능이 다가온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해마다 보도되는 수험생의 자살사건이 보도돼 우리를 슬프게 한다.

자기 마음을 잘 열지 않으며 남과 같이 잘 의논하지 않는 특성이 짙은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체면과 경쟁 때문에 자살을 한다고 한다. 시험 후 기대치에 실망하여 자책하며 방황하다 자아정체성을 잃어버린 탓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시험 후 만족한 결과가 나온 학생은 성취욕이나 우월감이 나타나 더욱 발전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결과가 좋지 않은 학생은 사람의 심리를 압박하고 자괴감을 가지게 돼 결국은 자아상실을 가져오는 결과를 가져오는 양면적인 측면을 다분히 지니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국민의 `자살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고 .하루평균 42.2명, 34분마다 1명씩 자살한다는 통계가 또 한번 우리를 슬프게 한다.

교사나 부모들은 수능 시험 후의 후유증에 빠지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빨리 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 자연친화적이고 정서적인 환경체험을 통해 상처받은 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처방을 마련해야 하겠다.

먼저 수험생에게 `시험이 나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가?`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여행이나 건전한 놀이 문화로 시험 결과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셋째, 깜짝 이벤트로 기분을 전환시켜 줘야 한다.

넷째, 기분 좋았던 일 즐거웠던 일들을 생각하도록 명상을 해보도록 하자. 가족들과의 행복했던 일, 좋아하던 사람에 대한 추억,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감탄했던 일, 취미, 음악, 회화 등 예술적 심미감을 심어 주자. 흐르는 시냇물 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심취하도록 하자

다섯째, 독서도 사고 전환에 한 몫을 한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인 테베(Thebes)의 도서관에는 `영혼을 치료하는 장소`라는 말이 새겨져 있는데, 책이 의사소통이나 교육, 치료 등을 통해 생활을 질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전체가 건강하지 않는 한 부분적으로는 건강할 수가 없다. 만일 신체와 정신이 건강해지려면 우선 정신부터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어떤 매력적인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은 아름다운 문자들이다.

얼마 전 우리 나라를 방문한 닉 부이치치는 양팔과 다리가 없는 선천성 장애를 극복하고 전 세계를 다니며 `희망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주제는 10대들의 문제이며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국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나눴다.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아야 다른 사람들도 날 존중한다”는 그의 말은 체면과 경쟁 때문에 자살을 한다는 한국인들, 하루평균 42.2명, 34분마다 1명씩 자살한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깊은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지난 1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강연을 마친 닉 부이치치가 교통사고를 당해 걷지 못하는 소년을 만나 “더 큰일을 해내려고 사고를 당한 거야, 그걸 믿고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격려를 하는 그의 얼굴은 사지 멀쩡한 내 모습보다도 더 환한 천사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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