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첫 장편소설 `구경꾼들`

소설가 윤성희(37·사진)씨는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수상작가다.

최근 등단 11년만에 첫 장편소설 `구경꾼들(문학동네 간)`을 펴낸 작가는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단편들만 발표했다.

세 권의 소설집을 묶어냈으니 그는 거의 매 계절 쉬지 않고 새로운 단편을 선보여온 셈이고, 발표하는 한 편 한 편 독자를 만족시켜왔다. 그만큼 독자들은 작가의 장편을 기다려왔을 터다.

“최근에 저는 삶이란 이런저런 것들을 쳐다보고 그냥 어리둥절해하는 일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저 자신에게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없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도 이러한데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또 오죽할까요. (……) 삶은 언제나 우리가 쓰는 단어들을 넘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그 단어에 자유를 주기도 합니다. 어떤 작가들은 그 단어들을 초월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요. 그래서 저는 최선을 다해 이런저런 것들을 쳐다보기로 했습니다. 미로를 헤매다보면 뭔가 희미하게나마 알게 되겠지요.”

처음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삶은 언제나 우리가 쓰는 단어들을 넘어서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말은 아니겠으나, 최선을 다해 이런저런 것들을 쳐다보고 있는 윤성희의 첫장편 `구경꾼들`은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그 빈공간, 우리의 삶과 글자로 표현된 텍스트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듯하다.

그의 소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보면, 누구에게나, (그러니까, 나에게도) `이야기`가 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대문자역사의 중심에서 세상을 움직여나가는 이들뿐 아니라, 별볼일없어 보이는 소소한 일상을 겨우겨우 버티어나가고 있는 나에게도, 내 주변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살아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단순히 소설의 주인공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물들로 삼아서도, 그 주인공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아서도, 그의 소설이 평범한 일상을 새삼 들추어내고 의미를 부여해서도 아니다. 윤성희는 실제로 (주인공뿐 아니라) 소설 속 모든 인물들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선사한다. `이야기`란 특별한 어떤 사람들의 것이 아닌 것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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