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는 18대 국회의 세 번째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이번 국감은 사실상 18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으로 여야 모두 민생경제와 서민을 화두로 삼으며 정치현안에서의 판정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국회의 국정감사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예전 꿈많던 시절 TV에서 보던 그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날카로운 질의와 쩔쩔매는 증인, 때로는 말을 더듬는 국회의원과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답변하는 장관을 비추던 TV였다. 하지만 준비된 국회의원의 질의 원고와 장관들의 준비된 답변 자료를 보고 있는 국회의 모습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우선 해당 기관의 국정감사가 열리기 하루 전 오후부터는 피감기관의 직원들이 국회의원회관을 활보한다. 다음날 열리는 국정감사의 질의자료를 얻기 위함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료를 좀 부탁합니다. 안 주시면 치도곤을 당합니다. 제발 부탁드릴게요” 등의 하소연을 전하며 해당 보좌관들을 압박한다.

반대로 보좌관들의 이야기도 한결같다. “우리 의원님이 내주지 말라고 했어요. 아니 요청 자료도 안주면서 무슨 질의서가 나옵니까”의 말이 그것이다.

문제는 야당인 민주당 등이다. 앞의 이야기가 여당과 정부기관 사이의 거래라면, 정부와 야당은 이 같은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매번 국정감사마다 언론들이 야당 국회의원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데 2008년과 2009년에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유는 `야성`을 잃었다는 것이 원인이다.

지난 10년간의 여당 생활로 인해, 정부와 여당을 긴장시켜야 할 야당이 아직도 여당인 줄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 그 골자다.

민주당의 모 의원은 “우리 당에서 절반 정도의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간다면 민주당은 야성이 충만한 정당이 될 것”이라고 시니컬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제 막 국정감사가 시작된 때. 천안함과 채소파동, 쌀값 문제 등에서 누가 국감 스타가 될지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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