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낙마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가장 큰 흠결은 인사청탁 문제였다.

대의정치를 표방하지만 대리정치로 변질된 대한민국 의정사의 한 부분이라는 의견과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되는 행위라는 의견이 충돌하며, 결국 김태호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김태호 후보자를 공격했던 대다수의 국회의원들 역시 지역구에서 올라오는 인사청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국회의원이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무를 맡고 있는 해당 보좌관이 시달리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대다수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책상 한구석에는 사진이 붙어 있는 이력서가 놓여져 있다. 보좌관이나 인턴을 선출하기 위한 이력서가 아니라, 항공사나 철도, 공기업, 나아가 이름있는 중소기업을 지망하는 이력서가 전부다. 이력서가 붙어 오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지역구에 아무개인데, 아들인데 잘 부탁합니다. 평소에 의원님을 잘 알고 의원님께 도움을 드리는 사람입니다”등으로 시작하는 멘트와 함께 말이다.

개중에는 소위 영어성적과 학력, 그리고 학업성적이 상위권을 자랑하는 이력서가 있는 반면, 이력서를 들고 부탁조차 하기 힘든 이력서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4년마다 이루어지는 선거에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의 인사청탁을 해당 보좌관이 매몰차게 끊어버릴 수는 없다. 소문이라는 것이 무서운 만큼, 잘못된 행위 자체가 다음 선거에서 어떠한 결과로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보좌관은 “예전에는 어떻는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공기업이나 유명 기업에 아무나 넣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렇다고 지역에서 대단한 권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해서 난감한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도 “대부분은 정해진 멘트가 존재한다”며 “거의가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면접에서는 얘기를 해보겠다고 하면서 안심을 시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모처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 지는 모른다. 한 때는 국회의원이라는 직함 역시 일종의 인사청탁이었으니까 말이다.

한 민주당 국회의원이 이야기 한 “15대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지만, 3억원이 없어서 늦게 당선됐다”는 말은 새겨들어볼 만 하기 때문이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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