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택 편집부국장
추석연휴 끝자락인 일요일 아침이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다.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여자축구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어린 여전사들이 큰일을 해냈다. 한국축구의 전인미답이었던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이뤄낸 것이다. 시상대에 선 어린여전사들의 기뻐하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눈물이 났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이런 감동을 준 그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더 감격스럽다.

경기가 끝나고 큰딸에게 우승 소식을 전해주자 큰딸은 한국의 여성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지난 20세 이하 월드컵의 4강에 이어 우승까지 했는데 남자는 여태 뭐했느냐는 것이다. 남자 축구와 여자축구의 세계적인 축구환경 등을 설명해보지만 머쓱한 것이 사실이다. 정말 이 쯤되면 할말 없다.

스포츠계에서 한국여성의 활약상은 더 이상 이제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정치계에서 여성의 활약상은 더욱 돋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행보는 누구보다도 언론과 정가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지방정치라고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포항시의회만 해도 여성의원이 4명에 이른다. 선출직 1명에 비례대표 3명으로 지난번 의회와 같다. 여성의원 4명 가운데 3명은 보사산업위원회고 1명이 총무경제위원회다.

포항시도 여성공무원의 약진이 눈에 띈다. 과장급도 그렇지만 김보미 북구청장은 첫 여성 청장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 포항지역사회의 공직 가운데 여성이 밟지 않는 자리는 국회의원과 포항시장이다. 포항시장 선거가 5번 치러졌지만 한번도 여성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필자의 기억으로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전통적으로 포항은 철강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인지 여성들의 정계진출도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제 정치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지방의회에 4명의 여성의원이 진출한 것만 봐도 앞으로의 정치환경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포항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 여성후보가 나올 수도 있고 그들이 당선되지 말라는 법도 있다.

그런 가운데 벌써부터 차기포항시장자리를 둘러싸고 물밑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지역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출마에 대한 뜻을 세우는 것은 개인의 일로 치부하면 되지만 너무 이른 후보경쟁은 포항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만은 아닌듯 싶기도 하다. 그들 모두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앞만 보고 나가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하는 말이다. 재선에 성공한 박승호 포항시장이 출범한지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일부 도전자들의 차기주자 타령을 접하면서 일보다는 권력만 탐하는 것 같아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재선에 도전한 박 시장이 포항시장에 당선되고난 이후 공식적으로 도지사 출마를 공언 한적이 없다. 박 시장은 당선 이후 시장자리에 충실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얘기가 벌써부터 지역정가에서 돌고 있는 것을 보면 박 시장의 진정성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도전자들이 그런 욕심을 내야만 하는 다른 이유가 생겼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혹 다른 이유가 박 시장에게 치명적이이라고 해도 도전자들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부터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는 얘기다. 남의 눈의 티끌만 보지말고 내눈의 들보를 봐야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박 시장도 자신을 다시한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최근 공중파 방송에 여성대통령탄생을 주제로한 드라마가 방송될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도 남자다. 그래서인지 이래 저래 남성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인가.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앞만보고 나아가는 남자보다는 섬세한 배려와 따뜻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여성이 오히려 지방자치의 지도자로서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어린 여전사가 세계축구를 지배한날 한국여성의 위대함이 더 커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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