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기자 시절, 선배들에게 귀가 아프게 들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기자에게는 성역이 없다”는 말이었다.

즉, 언론이 취재하지 못할 곳은 없고, 들어가지 않을 곳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기사가 될만한 사안이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런데 이곳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소위 말하는 `성역`이 존재한다.

하다못해 본회의장도 들어가지 못하지 아니하며, 3부 요인 중 하나라는 국회의장의 사무실도, 태권V가 나온다던 의사당 돔의 꼭대기에도 못 가는 것이 아닌데 성역이라니.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곳 국회, 정확히 말하자면 국회의원회관에는 성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선 국회의원회관 545호 박근혜(대구 달성)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무실. 이곳은 사무실에 들어가서도 약간은 긴장감을 가져야 하는 성역 중의 성역이다.

이곳이 성역인 이유는 기자들 간의 일종의 `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뉴스가 되는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개인 플레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수십에서 수백 개의 언론이 모두 개인플레이를 한다면, 서너 평 남짓의 사무실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회관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성역은 이상득(경북 포항남·울릉) 전 국회부의장의 사무실인 419호실이다.

이곳이 성역인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로는 이 전 부의장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통 국회 내의 갖가지 정보와 일정은 국회의원 본인보다는 보좌관을 통하는 일이 많은데, 사실 419호실 보좌진에게서는 이 전 부의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언론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이 보좌진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다선과 지역 어른에 대한 예우차원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나거나, 이 전 부의장 본인이 요청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것이다.

만약 초선이나 재선의원의 사무실처럼 온갖 기자들이 출입할 경우 약간의 의외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모든 국회의원들이 성역으로 치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신의 지역구에서 찾아온 유권자들이다. 지역민들은 신분증을 지참하고 회관으로 오면 언제든지 해당 국회의원의 사무실로 안내 받을 수 있다.

실수로 자신의 지역민에게 불성실했다는 소문이라도 난다면, 그 여파는 치유할 수 없는 지경까지 흐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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