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시인
제대로 된 시를 쓰고 싶은 시인은 술독에 빠져 지내는 삶보다 낯선 땅을 자주 밟는 발바닥 단련이 더 다부지고 튼실한 시를 짓는 길이란 확신이 든다.

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육지여행보다 섬답사에 깊은 관심을 쏟는다.

소년시절부터 동경하던 섬이 한강하구의 강화도였다. 노산 이은상 선생님이 지은 `노산문선`에서 강화도 기행문을 읽고 나도 몰래 강화도에 빠져들었지만 정작 강화도를 처음 밟게 된 것은 내 나이 30대 초반이던 1970년대 초에 강화행 버스에 올랐다.

온수리의 삼랑성, 전등사를 맨 먼저 찾았고 그때 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뒤로 강화도는 십여회나 드나들었다. 강화도는 면적이 293k㎡되는 우리나라에서 다섯번째 큰 섬이기도 하지만 섬안에는 6,7개를 헤아리는 넓은 평야가 있어 큰 감동을 준다. 넓은 들에 물대기를 위해서는 큰 내가 즐비해야 될 텐데 동락천, 삼동암천, 내가천, 삼거츤, 홍릉천 등 4km 안팎의 내들이 섬의 젖줄이 되고 있다.

강화제일의 비경은 마니산의 계곡인 함허동천으로 반석이 200m 정도 깔려 있어 그 위로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강화도는 농산물, 해산물, 견직물, 고려인삼이 생산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곳이다. 서울 근교에 이런 큰 섬이 있다니 서울시민에겐 무척 고마운 일일 것 같다.

내가 두번째로 찾은 섬은 진도인데 육교가 놓여지기 전이어서 목포에서 밤배를 타고 진도땅을 밟았다. 벽파진, 뇽장산성, 진돗개 사육소를 잠깐 보았고 섬안에는 개울같은 개울을 발견하지 못했다. 울돌목에 대교가 놓여지고 나서 두번째 방문은 한여름철에 `모세의 기적`을 구경하려고 찾아갔었다. 진도에서 가장 긴 내는 첨찰산에서 발원하는 의신천으로 길이가 10.93km다.

섬에 10km 넘는 내가 있는 곳은 제주도, 거제도, 진도의 세 섬 밖에 없다. 진도가 내가 사는 곳과 너무 멀고 볼일다운 볼 일도 없어 두 번 밖에 못찾았는데 의신천 냇물을 제대로 구경하기 위해 세번째 탐방을 헤아려 본다.

내가 세번째 찾은 큰 섬은 거제도다.

1975년 12월 25일 첫 방문이었고 지금까지 거제도는 여가가 있을 때마다 십여차례 돌았다. 거제도를 찾으면 제자 권기춘 교수가 승용차로 안내를 잘해줘 학동몽돌밭, 거제자연예술원, 구천군립공원, 연초댐, 구천댐, 김대통령생가, 포로수용소 등 주요 명소를 비교적 상세히 볼 수 있었다. 거제도는 우리나라 큰 섬 중 가장 물사정이 좋은 편이어서 주민생활과 공업 발전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거제시는 몇 년전부터 시민소득이 연 3만불을 돌파해 국내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고장이 되었다. 거제도에 하천으로 산양천(13.7km), 연초천(10.5km), 둔덕천(7.7km), 고현천(5.6km) 등의 내가 젖줄구실을 하고 있다.

남해도는 한국의 덴마크란 별명이 있고 다랭이논이 그 산 증거다. 농산물, 해산물이 풍부하고 면적이 297k㎡로 국내 네번 째 큰 섬이다. 내 발달이 미흡해 물이 귀한 편이고 섬안의 15개 내 중 4km가 넘는 내가 3개 밖에 안되는데 화천(花川)이 길이 8.2km로 남해도에서 1위를 달린다.

임진왜란 구국의 성웅 이순신제독이 노량에서 전사하셔서 남해도는 이순신장군을 기념하는 명소다. 가장 먼저 찾았어야 할 제주도는 다섯번째 찾은 섬이었고 지금까지 3번 왕복을 했다.

제주도는 내가 사는 문경보다 면적이 꼭 2배가 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섬이다. 한라산에서 40개의 내가 흘러나온다. 주요한 내로는 천미천(25km), 금성천(16.5km), 창고천(16km), 강정천(15.9km), 효돈천(15km), 한천(13km) 등이 길이 10km가 넘는 하천이다.

제주도의 하천은 거의가 장마철에만 흐른다. 제주도에 벼농사가 부진한 것은 물대기가 불가능한 지형탓이다. 앞으로도 큰 섬을 자주 찾고 새로운 자료를 개발해 남에게 여행자료도 자문해주고 쇠퇴하는 뇌기능을 적극적으로 막으려 하는 것이다. 섬은 예나 지금이나 내가 동경하는 이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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