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울고 있었어

그래서 그토록 가느다란 넝쿨을

너를 지탱해주는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늘어뜨리고 그 끝에 울음이 꽃을 피웠어. 울고 있었어

제 몸을 온전히 세울 수 없어

엎드려 울다 지친 너는

그래 사는데 근력이 생긴 거야

생의 당겨짐으로 치켜든 너의 연한 가지는

내 펼쳐지지 않는 불구의

주홍 환한 손가락이었어

`아름다운 파편`(2004)

혼자서는 설수도 꽃을 피울 수도 없는 능소화. 그 불구의 꽃 능소화는 생을 향한 강렬한 욕망으로 당겨짐으로 일어서고 주황색 꽃을 치켜든다. 울다 지친 슬픔을 삶의 근력으로 바꿔낸 것이다. 악착같이 다른 존재에 붙어서 타고 올라가야하는 능소화의 생의 욕망이나 의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 아무리 어려운 삶의 여건 속에 놓여있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말고 그 역경을 벗어나려는 의지로 길을 모색한다면 반드시 길은 열릴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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