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의견 갈려 결론나야 진행

`포항 흥해 중성리 신라비(사진·이하 중성리비)`와 관련된 문화재 사업이 발견된 지 1년여가 지나도록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중성리비의 정확한 제작연도를 두고 학계에서 뜨거운 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성리비는 현재까지 발견된 신라시대 비석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국보지정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어 수백억원대의 국비 지원사업이 내정된 상태다.

하지만, 좀처럼 제작연도에 대한 학계의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어, 관련 사업은 최소한 내년을 기약해야 할 전망이다.

△풀리지 않는 제작연도 담론

지난 2009년 5월13일 발견자 김헌도씨에 의해 중성리비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학계에서는 제작연도를 501년(지증왕 2년)으로 추측했다. 비문 첫 줄 맨 앞에 신사년을 뜻하는 간지 `신사(辛巳)`가 새겨진 것이 그 토대였다.

경북대학교 사학과 주보돈 교수는 “중성리비는 냉수리비(제작연도 503년)의 용어나 내용과 거의 유사하고, 등장하는 관리의 이름이 냉수리비에 등장하는 것과 같다”면서 “일부 다른 점도 있는데 이는 지증왕 시기에 잦았던 정치개혁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그 이전에 세워졌다면 지금 중성리비의 내용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은 중성리비가 일반에 공개되고, 본격적인 연구가 시행된 지난해 9월께부터 반론을 받았다.

단순히 정치개혁의 영향이라고 보기에는 겨우 2년 차이인 냉수리비와 중성리비의 내용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또 다른 학자들은 중성리비의 제작연도를 한갑자 앞선 441년(눌지왕 25년)으로 보고 있다.

계명대학교 사학과 노중국 교수는 “501년설은 일부 글자를 판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결과다. 관리명칭을 기재하는 방법이나 간지의 활용방법 등은 눌지왕 때로 보아야 옳다”면서 “냉수리비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내용이 많고, 변화의 정도도 최소 한 세대를 건너야 나올 수 있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3일을 시작으로 올해 4월10일까지 총 3차례에 걸친 공식 연구회와 무수한 사설 토론회 속에서도 이들 두 주장은 판가름이 어려울 정도로 팽팽하다. 이에 문화재청은 먼저 학계 담론이 모이고 난 후에야 중성리비에 관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보존·개발 사업, 최소 100억원 이상 국비 지원

제작연도와 상관없이, 중성리비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 비석이라는 데에는 학계 모두 이견이 없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 박종익 실장은 “503년도에 제작된 냉수리비가 국보 제264호로 지정된 점을 고려하면, 441년이든 501년이든 상관없이 중성리비의 국보 지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에 포항시는 냉수리비와 중성리비 등 2개의 신라 고비를 보유한 특성을 살려 전문박물관을 건립할 포부다.

그러나 국보 지정시기도 요원한 상태에서, 관련 사업의 추진은 내년까지 기약을 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이병기 과장은 “이미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종합박물관 건립에 따른 모든 지원을 약속받은 상태다”며 “이르면 올해 말부터 늦어도 내년까지는 제작연도 추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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