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타가 급정거를 한다

타이어가 깎여나가는 굉음

석탄 타는 냄새가 난다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넘어지고

젊은이가 쓰러진다

치킨 조각이 쏟아지고

길바닥에 흩어지는

벗겨진 살점과 뼈들

젊은이의 하루가 사방으로 뛰쳐나가고

아스팔트에 닭들의 비명이 깔린다

신호등이 다시 바뀌고

자동차들은 아무 일 없었던 듯 달린다

주인 없는 오토바이가

길 옆에 누워 있다

햇살 나무 전신주는 그대로 서 있다

`그의 눈빛이 궁금하다`(2003)

횡단보도 앞에서 바라본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충돌 사고를 자세한 기술한 시인 것 같지만 이 시 속에는 시인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다.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이러한 광경은 자주 목격할 수 있는 흔한 일들이다. 치킨 집 배달 오토바이의 전복을 그냥 무심히 바라보는 사람들, 무심히 바뀌는 신호등, 무심히 지나가는 자동차들, 무관심한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가 다치건 죽든 자기와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고 자신의 삶 속이나 생각 속에까지 끼워 넣으려고 하지 않는 파편화되어가는 우리 시대를 향해 조용히 깨우치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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