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택편집부국장
국회의원의 택시기사체험이 화제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쇼라는 얘기가 지방의회를 비롯한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택시기사체험에 나선 당사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의 택시기사체험은 올해로 8년째를 맞았고 같은 당 이인기 의원은 2번째다.

이병석의원이 처음 택시기사체험을 자청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외홍보용 정치적 쇼로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야만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택시기사이기에 필자도 당시에는 설마하는 마음에 속으로는 웃었다.

이의원이 국회의원이 된지는 10년이 넘었고 운전대를 잡은지는 8년이 넘었다. 얼마나 하겠느냐는 일부 우려속에 시작된 택시기사체험이 올해로 8년이 넘어 선 것이다. 일부 지역정가에서는 이상한 일로 여기고 있다. 국토해양위원장까지 지낸 3선 국회의원이 쇼라는 일부 비난속에서도 여전히 택시기사체험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럴까. 택시기사를 체험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택시기사는 여론의 바로미터다. 택시기사들은 서민들의 여론을 직접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듣는다. 그만큼 살아 있는 여론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택시기사들의 여론은 중요한 잣대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부 후보들은 그들을 역 이용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 정치다.

이 의원은 이 부분에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이 의원은 택시기사체험에 대한 의미부여에 대해 더 많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지역을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세심히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은 특히 정치인이 국정을 고민할 때 그 답은 민심에서 찾을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올해는 좀더 많은 서민들을 만나 얘기를 듣겠다고 했다. 아마도 영포회 문제 등으로 본인을 비롯한 상처받은 지역민심 위로차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체험에 나서는 현직 국회의원 택시기사에게 그런 현장의 소리를 들려줄 승객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일단 드러내고 의원 앞에서 의원에 대한 좋지 않은 소리를 할 수 있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정이 넘쳐나면 모르겠지만 굳이 싫은 소리를 통해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기사체험은 시민들로부터 100% 진실된 얘기는 아니더라도 많은 주민들로부터 여론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 민초들의 삶을 함께 해본다는 차원에서는 또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상임위원장을 지낸 3선급 국회의원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한계가 정해질 수 밖에 없다. 일반 시민들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 없다.

아마도 이병석 의원이 과거 민초들과 만나 그들과 함께 대폿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이제 만나보기 어려울 수 도 있다. 높아지고 넓어진 인맥만큼 지역에서의 의정활동시간이 쫓길수 밖에 없다. 어찌보면 택시기사체험은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게 해서라도 민초들의 삶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쭉쭉 잘나가던 이 의원은 올해 들어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내 원내대표가 우여곡절끝에 무산됐고 따낸 당상처럼 보였던 사무총장도 영포사태로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에게 위기가 닥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진행된 택시기사체험은 이 의원에게 어떤 터닝포인트가 될지 궁금하다. 수일전 이 의원은 나포선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그의 개인적인 인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통일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가족과 직접 통화시켜주면서 가족을 안정시켜주려 노력했다.

일부에서는 그것도 쇼라고 얘기한다. 택시기사체험에 이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치쇼라는 것이다.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쇼를 8년동안 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렇게라도 민심을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시의원, 도의원, 자치단체장은 있었는가. 쇼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인이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펼치는 쇼는 당연하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지방의회도 한번 깊이 생각해봤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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