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금장리 참대밭

휘어져, 한 것

휘어져

마침내 세상 밖으로 탈주할 것 같은

이 팽팽한 떨림 속에

휙,

새 한 마리 지나가자

순간, 있는 힘 다해

눈을 터는 댓잎들

제 몸을 때리며

시퍼렇게 멍든 제 몸을

제가 때리며

참회하듯 눈을 터는 댓잎들은

어찌 이리 맑은 빛을 내뿜는지

어찌 이리 곧은 생을 부르는지

속수무책, 나는

갈 곳 없는 죄인이다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2002)

눈의 새하얀 빛과 참대의 푸른빛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이 시의 풍경 속에는 팽팽한 긴장과 떨림이 얼개지어져 있다. 그 긴장은 새 한 마리가 날아가면서 깨어지기 시작한다. 제 몸을 때리며 시퍼렇게 멍들며 참회하듯 눈을 터는 댓잎들 이라는 부분은 아주 인상적이다. 대나무는 그 행위를 통해 자기에 반성의 채찍을 들이대고 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자기를 통렬하게 반성하며 맑은 빛과 곧은 생을 실천하는 일에 나서고자 한다. 스스로 갈 곳 없는 죄인이라고 자책하는 시인에게서 순수와 참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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