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오징어를 잡으려고 목숨 걸고 대화퇴 어장까지 가겠습니까? 인건비, 유가인상, 어족자원 고갈로 하루하루가 고역의 연속입니다. 배를 놀릴수도 없고….”

오징어 채낚기 어선 선주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동해안 `오징어 천지` 옛말

대형트롤어선 불법공조에

그마저도 `싹쓸이` 당해

대화퇴조업 위험 무릅 써

포항지역에는 한때 110여척(구룡포 70척, 포항 41척)의 채낚기 어선이 오징어잡이에 나설 정도로 풍부한 어획량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80여척(구룡포 50척, 포항 30척)으로 30여척이나 줄어들어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12척은 30~40t급 이상이어서 러시아수역이나 대화퇴어장까지 원정어업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68척은 연근해에서만 오징어를 잡을수 있는 영세어선이다.

채낚기 선주들은 높은 인건비, 유가인상, 어족자원 고갈이 힘겨운 생활로 전락하게 한 3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원인은 어족자원 고갈이다.

한때 동해안 일대 전체가 오징어 어군형성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징어 천지였으나 잦은 냉수대가 형성되면서 이제는 러시아수역이나 북한수역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잡을 오징어가 없단다. 그나마 가끔씩 형성되는 오징어 어군도 부산지역에서 넘어온 대형트롤어선이 지역 일부 채낚기어선과 불법공조로 싹쓸이하는 바람에 씨를 말려 버렸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04년부터 북한수역에서 조업하고 있는 중국어선 수백척이 불법인 쌍끌이 저인망으로 오징어 새끼까지 잡아버려 제대로 남하하지 못하는 것도 어장이 형성되지 않는 원인으로 꼽았다.

선주들은 대형트롤선의 불법조업을 근절하지 않는한 채낚기어선의 미래는 없다며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낚기어선 선주는 “연근해에서 조업하는 소형채낚기 어선들은 대형트롤어선과의 불법공조 조업 때문에 출어를 망설일 정도”라며 강력한 단속을 요구한뒤 “원정조업이 가능한 어선들을 위해서도 북한수역에 중국이 아닌 우리어선이 들어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인상으로 인한 막대한 출어경비도 선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현재 면세유의 경우 1드럼(200ℓ)당 15만원 하는데 러시아나 대화퇴 출항시 300~400드럼이 소요돼 기름값만 4천500만원에서 최고 6천여만원이 든다. 연근해 조업도 한번 출항에 최고 750만원(40~50드럼)이 들어 어지간히 잡지않고는 본전 찾기도 힘들다.

“입어료와 출어경비를 빼고나면 아무리 많이 잡아도 남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러시아수역에 가지 못하고 목숨 걸고 대화퇴어장을 찾게 되는 겁니다.”

40t급 오징어채낚기 어선을 소유하고 있는 A선주는 대화퇴어장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한숨과 함께 털어놨다.

/권종락기자 kwonjr@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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