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황금어장` 긴급 점검

포항선적 `55대승호`가 북한에 나포되면서 오징어 생산의 전진기지인 경북 동해안 어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승호가 북한의 주장대로 배타적경제수역(EEZ)를 침범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남북관계의 냉기류를 감안한다면 대륙붕과 같은 어자원이 풍부한 대화퇴 어장을 중심으로 조업에 나서고 있는 지역 어민들로서는 제2, 제3의 사고가능성이 상존해 있기 때문인 것. 이같은 사고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처럼 오징어 풍어기를 맞아 원정 출어에 나서고 있는 어선들의 부주의와 월경조업의 관행화 등도 시급히 시정해야 할 사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지는 현지조업에 나선 경험이 있는 어업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대화퇴 인근의 `오징어잡이 전쟁` 상황을 점검했다.

한번 출어에 채낚기 선당 5천여만원 어획고

中어선, 월경 여부 떠나 北경비정에 신고

어민 EEZ교육·어선 위치확인 등 관리필요

◇어자원의 보고 `대륙붕` 대화퇴

울릉지역 인근의 다른 깊은 수심과는 달리 수심이 얕은 바다에 퇴적물이 쌓여, 영양염류가 풍부해 각종 수산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동해안의 평균수심이 1천400m 정도로 깊지만 대화퇴어장은 평균 수심이 300~500m 정도로 얕다. 남하하는 리만(Rieman) 한류와 북상하는 쿠로시오(Kuroshio) 난류가 만나는 해역이기도 하다.

특히 영양염류가 표층으로 용출될 경우 식물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하게 되는데 어류의 먹이가 되는 동물 플랑크톤의 증식도 같이 확산돼 수산자원이 풍부한 수역이 되는 것. 이로 인해 대화퇴에는 오징어, 꽁치, 방어, 연어, 송어, 돌돔, 벵에돔, 개볼락, 전복, 소라, 해삼, 문어, 방어 등의 수산자원들이 풍부할 수 밖에 없다.

◇한국 어선 출어 규모

임학진(67) 전국연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 회장은 대화퇴 어장 한·일중간수역에는 30~40t급 선박 50여척(포항선적 7척)이 조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번 출어에 평균 한달 가까이 조업을 하고 있으며 채낚기 선당 5천여만원 정도의 어획고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어민들에게는 그야말로 활금어장이다.

55대승호는 러시아 어장에서 지난 7월 29일 포항수협에 오징어 20마리들이 1천765Box, 5천560만원을 위판한 후 이번에 대화퇴에서 조업하다 사고가 났다.

◇아찔한 조업

대화퇴 어장을 중심으로 한 북·중 경계수역에는 한국어선 50여척을 비롯해 중국어선 100여척이 조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어선들이 북한 수역을 조금이라도 침범할 경우 북한수역내에서 허가를 받아 조업하는 중국어선들이 월경여부를 떠나 무조건식으로 북한 경비정에 신고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한국 어선들은 혹시나 경계수역을 침범할까, 북한당국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나포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 매일 전쟁같은 조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당국이 지도어선 상시 파견 등 안전조업 등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나 그동안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왔다. 대승호가 나포된 당일에도 정부는 한·미 서해합동해상기동훈련에 따른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고조를 이유로 NLL 인근 해역에만 어업지도선 무궁화1호를 파견했을 뿐 대화퇴어장에는 어업지도선을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한국 어선들은 어자원을 따라가며 조업하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월경조업이 발생, 북한당국에 적발될 경우에 대비해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달러화까지 준비해 가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대책은

대승호의 북한 나포 사건은 EEZ를 침범했는지, 아니면 북한당국의 의도적인 나포인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문제는 우리어선들이 어떤 경우에도 EEZ를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눈앞에 지천으로 있는 오징어떼를 보면 경계수역을 무의식적으로 침범할 개연성이 언제든지 있긴 하나 자칫 방심하면 나포란 되돌릴 수 없는 사태로까지 갈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결국, 출어 어민들의 경각심이 최우선시돼야 해 수협은 물론, 해경당국도 사전 출저한 교육, 실시간 위치확인 등 사전·사후 관리가 엄격히 요구되고 있다.

/배준수·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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