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北 배타적경제수역 침범 가능성 없어
“원산으로 잡혀갑니다” 전화기 뺏긴 뒤 연락 두절

“30년 이상 대화퇴 해역에서 조업을 해온 베테랑 김칠이 선장이 실수했을리가 없습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나포한 것입니다”

9일 오전 포항수협 2층에 마련된 55대승호 조기송환 대책위원회 상황실에서 만난 임학진(67) 전국연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 회장은 김칠이 선장이 의도적으로 북한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했을리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포 당일인 8일 오후 1시께 김칠이 선장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는 임 회장은 “김 선장이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와 `회장님 원산항으로 잡혀갑니다`는 말을 전했다”면서 “걱정마라는 말도 채 끝내기 전에 누군가가 전화기를 빼앗는 소리가 들린 뒤 연락이 두절됐다”며 나포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도 함께 전했다.

임 회장은 인터뷰 내내 대화퇴 어장 주변 한·일중간수역과 러시아수역에 나가 있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 선장들로부터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고, “대승호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처하고 있으니 걱정말고 안심하고 조업하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와 서해해상종합훈련 등의 이유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대승호 나포 사건이 터지자 선주와 선장들이 불안함을 많이 호소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조업 중인 선장과 선원들을 안심시키기에도 바쁜 실정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임 회장은 현재 입어료를 내고 러시아 경비정의 보호를 받고 조업할 수 있는 러시아수역에는 우리나라 오징어 채낚기 어선(70t급 이상) 67척이, 대화퇴 어장 주변에는 30~40t급 어선 50여척이 조업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러시아수역에는 포항선적 어선 4척, 대화퇴 어장 주변 한·일중간수역에는 7척이 오징어 잡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화퇴 어장에는 100~200m가량의 암초지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서 대륙붕과 같이 어자원이 형성되기 좋은 지형을 갖고 있어, 많은 오징어 채낚이 어선들이 대화퇴 어장을 찾고 있다고 했다.

대승호 선원들 하루빨리 귀환할 것을 굳게 믿고 있다고 애써 웃음을 짓던 임 회장은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7일 오후 6시 이후 대승호의 조업위치가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답답하다”는 말로 불안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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