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국 UC버클리 대학 연수를 갔을 때의 일이다. 그때마침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전이 있었고, 우리 한인들 수십만이 태극기와 붉은 티샤츠를 입고나와 응원을 함께 했는데, 머나먼 이국에서의 민족애가 또 다른 감회를 불러 일으켰다.
그야말로 가슴이 뭉클하고, 저절로 뜨거운 애국심이 용솟음치고 눈물이 나오는, 실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나할까. 애국자가 되려면 외국여행을 해보라고 누가 말했던가, 나가 보면 나라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무궁화는 은은한 향기와 아담한 자태 때문에 `선비의 꽃``오래 피는 꽃``널리 피는 꽃`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한국의 가장 영예로운 훈장도 `무궁화대훈장`이라하며, 어디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 강한 꽃나무인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을 함께하는 동안 어느덧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 되지 않았나 싶다.
호시탐탐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 사람들이 일제 강점기 때, 무궁화 꽃을 못 피우게 하려고 무궁화를 보거나 만지면, 눈에 핏발이 서거나 부스럼이 생긴다고 거짓소문을 퍼뜨리면서 “눈의 피 꽃` `부스럼 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태극기와 함께 무궁화가 우리 민족에게 조국을 일깨우고, 서로 단결케하는 소중한 꽃임을 알게 된 일제는 무궁화를 우리 민족에게서 떼어 놓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뽑아 버리게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무궁화는 7월부터 서서히 피기 시작하면 연달아 피고 지고, 새로 뒤따라 피고, 이어 피기 때문에 그 수가 줄지 않으면서, 무궁하게 초겨울의 입김이 다가올 때까지 계속 피어 있는 강인한 꽃으로써, 결국 무궁화는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하여금 우리의 국화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꽃은 우리 한민족의 인내력을 상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 영원, 은근과 끈기이다.
모든 꽃들은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질 때는 더러워지는데 반해, 이 무궁화는 살짝 오므리고 꼭지가 빠지면서 아래로 뚝 떨어져 깨끗하게 피고 지는 꽃이다.
죽어 갈지라도 새로 이어나고 자라나서 깨끗이 피고 지는 무궁화를 배움으로써, 오로지 우리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제 스스로의 구실을 다할 때 비로소, 무궁히 뻗어 나갈 우리나라를 만들고, 또한 길이 보존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수필가 이양하의 `신록예찬`에 ”수줍고 은근하고 겸손한 꽃, 은자가 구하는 모든 덕을 구비한 너그러운 풍모를 지녔다“라고 예찬할 정도로 어린 순과 꽃과 열매를 다 먹을 수 있는, 한 가지도 버릴 것 없는 무궁화의 덕스러운 면모와 은근과 끈기의 우리 민족성과 빼닮은 우리나라 꽃, 무궁화를 우리 모두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고 노래만 부를 것이 아니라, 무궁화를 자르지 말고,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다 무궁화를 더 많이 심고 크게 키워서, 매년 무궁화 축제도 열면, 자연적으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 나라사랑의 발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다시 8·15 광복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두 번 다시는 서러움을 격지 말아야한다는 각오를 잊지 말고, 우리의 금수강산을 잘 지켜나가고, 우리 백의민족의 얼을 상징해주는 기품있는 꽃을 아름답게 가꾸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국화가 무궁화라는 것을 깊이 인식시키고,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부터 세계화의 부르짖음에 발맞추어 진작에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할 그 무엇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돌이켜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