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내고 살아야 하리

마음에 간선도로

그대와 사랑의 밀거래 할 골목

사랑의 회선 하나쯤

때로는 밀려드는 쓸쓸과 물소 떼 같은

소외의 침입을 물리치고 가벼워질 수 있는

소주에 막국수 낡은 등불 하나쯤

언제라도

고독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하나쯤 열어두고 살아가야 하리

속이 답답하고 우울할 때 이야기 나눌

별자리 하나 익혀두고

아픈 영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찻집 하나쯤 알아두어야 하리

세월의 층계 밑에 묻어둘

금빛 이야기 하나쯤

`눈부신 것들은 잠들고`(2003)

현대의 도시생활은 여러 가지 단절의 아픔을 품고 있다. 소시민의 삶은 더더욱 그렇다. 시인은 이러한 현대인의 도시생활에서 겪는 단절이라는 삶의 방식을 비판하고 반성하고 있다. 진정한 삶이란 `고독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하나쯤 열어두고 살아가야한다`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어쩌면 사랑을 밀거래할 골목이 필요하고 사랑의 회선이 꼭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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