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빙긋 웃을 때가 있다

얼핏 잠이 들었다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의 중간에서

흘낏 과거 쪽을 쳐다보며 웃는 것 같은

인사하는 것 같은

그런 웃음으로 깨어날 때가 있다

잠들기 전 비참했던 때라도

전생에선

지금보다 훨씬 행복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전생의 누구를 돌아보며 나는

그렇게 행복한 미소로 안녕, 하는 것일까

그 얼굴 보이지 않는

`햇빛에 날개를 말리다`(2002)

생사의 명백한 경계를 가로질러 저승에 이미 몸 건너가 있는 어떤 이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가 닿기를 간절히 염원하면서 쓴 시다. 현실에서 느끼는 자신의 행복지수란 형편없는 것이리라. 그래서 `잠들기 전 비참했던 때`라도 라고 고백하면서 전생이 지금보다 훨씬 행복했었을 것을 믿는 시인의 마음은 현실을 초월해서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열망, 혹은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초시간적인 이러한 믿음은 누구나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