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해마다 거르지 않고 `푸른시`란 동인지를 발간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인들 스스로의 돈을 갹출하여 동인지를 발간하고, 외부 원고에 대한 원고료도 지출하고 있다. 사실 한국의 여느 동인들의 모임에서도 이런 정도까지는 감내하는 것이지만, 시동인 `푸른시`에서는 특별한 사업 하나를 더하고 있다.
그것은 지역 관공서나 문학 기관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푸른시인학교`를 매년 개설하고 있는 사실이다. `푸른`이란 이름에 걸맞도록 산간학교나 바다가 보이는 곳을 물색하여 12년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 시대의 감성을 끌어안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시인을 포항 지역에 초대하고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모집하여 1박2일 시 잔치를 여는 것이다. 이미 `푸른시인학교`에는 김명인, 이하석, 황동규, 문인수, 정희성, 허만하, 정진규, 서정춘, 김사인, 장석남, 송수권 시인을 초대한 바 있다.
초대시인의 내실 있는 강의에 이어 밤 이슥토록 초대시인과 동인,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가슴을 시로 뜨겁게 달구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인학교에 등록하는 이들의 범위도 포항이나 대구뿐만이 아니라 충청, 경기, 전라도 등지에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기까지 한다.
올해 `푸른시인학교`는 8월7일에서 8일까지 포항시 남구 구룡포 성동리 메뚜기 마을에서 열린다. 이 날 초대될 시인의 시 한 편을 인용하여 그 시인이 누군가 알아낼 수 있도록 독자에게 힌트를 주고자 한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무나// 척추를 휘어접고 더 넓게 뻗으면/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중략)”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뿌리에게`다. 아마 이 정도 소개하면 그가 누구인지 눈치 챈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나희덕 시인을 초대하였다. 나희덕 시인은 시집으로 `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산문집 `반통의 물`,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등이 있고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는 세상의 푸르름이다`란 기치를 들고 시를 쓰는 `푸른시`동인들이 여는 `푸른시인학교`에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여 시의 아름다움을 한 아름씩 안고 갔으면 좋겠다. 참고로 현재 푸른시 동인으로 활동하는 시인은 손창기, 최빈, 김만수, 차영호, 김현욱, 김말화, 이주형, 안병호, 김동희 그리고 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