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영/ 시인
푸른, 푸름이라는 것은 젊음을 상징한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정신은 늘 깨어있고, 젊어야 하는 것이 생명이다. 포항을 중심으로 젊음을 늘 유지하고자 하는 시인들의 모임 `푸른시`가 결성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기억하는 일제강점기의 카프, 백조, 폐허 등의 동인처럼 동인이라는 의미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그 목표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1999년 열악한 지역 문학판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시동인 `푸른시`는 서울 중심의 한국문단에 의외의 변두리에서 탄생한 신선한 시(詩) 모임으로 많은 언론에 소개되었다. 더욱이 다른 지역에서 생겨난 동인들이 대부분 한두 해만에 동인지를 종간하거나 동인 자체가 해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푸른시 동인은 회원의 변동은 있었지만 `시는 세상의 푸르름이다`란 명제 아래 그 생명력을 지금도 푸르게 잇고 있다.

특히 해마다 거르지 않고 `푸른시`란 동인지를 발간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인들 스스로의 돈을 갹출하여 동인지를 발간하고, 외부 원고에 대한 원고료도 지출하고 있다. 사실 한국의 여느 동인들의 모임에서도 이런 정도까지는 감내하는 것이지만, 시동인 `푸른시`에서는 특별한 사업 하나를 더하고 있다.

그것은 지역 관공서나 문학 기관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푸른시인학교`를 매년 개설하고 있는 사실이다. `푸른`이란 이름에 걸맞도록 산간학교나 바다가 보이는 곳을 물색하여 12년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 시대의 감성을 끌어안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시인을 포항 지역에 초대하고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모집하여 1박2일 시 잔치를 여는 것이다. 이미 `푸른시인학교`에는 김명인, 이하석, 황동규, 문인수, 정희성, 허만하, 정진규, 서정춘, 김사인, 장석남, 송수권 시인을 초대한 바 있다.

초대시인의 내실 있는 강의에 이어 밤 이슥토록 초대시인과 동인,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가슴을 시로 뜨겁게 달구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인학교에 등록하는 이들의 범위도 포항이나 대구뿐만이 아니라 충청, 경기, 전라도 등지에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기까지 한다.

올해 `푸른시인학교`는 8월7일에서 8일까지 포항시 남구 구룡포 성동리 메뚜기 마을에서 열린다. 이 날 초대될 시인의 시 한 편을 인용하여 그 시인이 누군가 알아낼 수 있도록 독자에게 힌트를 주고자 한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무나// 척추를 휘어접고 더 넓게 뻗으면/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중략)”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뿌리에게`다. 아마 이 정도 소개하면 그가 누구인지 눈치 챈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나희덕 시인을 초대하였다. 나희덕 시인은 시집으로 `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산문집 `반통의 물`,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등이 있고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는 세상의 푸르름이다`란 기치를 들고 시를 쓰는 `푸른시`동인들이 여는 `푸른시인학교`에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여 시의 아름다움을 한 아름씩 안고 갔으면 좋겠다. 참고로 현재 푸른시 동인으로 활동하는 시인은 손창기, 최빈, 김만수, 차영호, 김현욱, 김말화, 이주형, 안병호, 김동희 그리고 필자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