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진 가지 사이로 신의 자궁이 보일 듯하고

탯줄처럼 드러나는 저 원초의 고향길로

다 낡은 영혼의 집 한 채

지팡이에 끌려간다

물소리로 흔들리던 개망초 꽃밭 너머

가을 소풍이 끝난 산그늘은 구부러지고

몇 마리 길 잃은 새들만

빈 벌판을 건넌다

`독도`(2005)

아름다운 생명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조락의 시간들을 지나는 낙엽들처럼 인간의 황혼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길이다. 다 낡은 영혼의 집 한 채를 지팡이의 끄는 대로 가고 있는 초로의 인생. 허무와 무상을 느낄 수 있는 이 시에서 우리는 또 다른 영원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낙엽 길 다 밟고 겨울을 지나고 나면 새순이 돋아나는 봄이 오듯이 우리의 인생도 허무하게 스러져가는 것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런 시인의 바램이 잔잔히 묻어나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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