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미 / 이동고 2
지난 15일 포항시청 문화동 대잠홀에서 산악인 엄홍길 씨의 강좌가 있었다. KBS 포항방송국의 주최로 열린 이번 강좌는 `도전과 극복`을 주제로 엄홍길 대장의 16좌 완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엄홍길 씨는 자연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어린 시절의 환경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냈다고 하였다. 문명이 끼치지 않는 산 속에서 생활하면서 부모님과 산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산은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또한, 매일같이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자연스레 등산에 적합한 신체구조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1985년 겨울, 엄홍길 대장은 세계최고봉인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를 첫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초보대원들과 팀을 이룬 오합지졸의 상태의 첫 도전에서는 산을 오를수록 약해지는 인간의 존재를 깨닫고 돌아섰다. 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한 후 다시 찾은 산에선 기회를 잡아 정상을 오를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동료의 죽음으로 산이 자신을 옥죄어오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히말라야에 대한 원망이 커져 다시는 산에 가지 않으리라고 단호히 결심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그는 산을 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오기를 품은 채 1988년 3번째 시도를 통해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딛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기에 그는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고 용기를 얻었다. 그러나 그에게 항상 기쁨의 순간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의 도전에서 거듭되는 실패와 부상 때문에, 그는 자신감조차 잃고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당시 그에게 14좌 등반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가짐을 다잡고 긍정적 사고와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진퇴양난의 위기에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노력한 끝에 마침내 성공을 이루었다. 그 후 자신감을 얻은 그는 14좌 도전이라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정열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그는 마침내 16년 만에 14좌 등반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성공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고 노력해 세계 최초로 16좌 등반에 성공했다. 그는 8000m 이상의 고지를 38번이나 도전하였으며 10명의 동료의 죽음을 겪었고, 극기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끝없는 달리기이다. `자승최강(自勝最强)`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그는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해 히말라야 오지의 아이들을 돕는 17번째 정상정복에 도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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