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구슬처럼 제 몸에 꿴 나팔꽃을 본다 굽은 수족을 담벼락에 지팡이처럼 걸어놓고, 꼭 한 뼘씩만 키운 욕망의 날개를 접는다 하늘 쪽으로 아득하게 뚫린 길, 하늘 길도 지금은 먹방이다. 기형의 눈빛으로 세상을 재어보는 잣대는 쓰지 말아야지 굶주린 하이에나 어둠은 발톱을 접고 잠이 든다 나팔꽃은 야성을 꽃술 속으로 키운다 날빛 속에서 길이든 욕망 한 줌을 뚝 떼어내듯 더 단단하게 제 몸을 오그린다

중천에 뜬 해가 웃는다

`알타미라 벽화`(2003)

시인이 키우는 나팔꽃은 자신의 삶을 투사하고 있는 물상이다. 생의 힘겨운 경계에 시인이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은 그런 어려운 상황에 당당히 맞서서 시원(始原)의 정체성을 갈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려는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