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 진다

둑길을 아득하게 한다 둑길은

멀리멀리 떼어 놓는다

풀꽃 하나

저 혼자 가고 있다 풀꽃이

진다

둑을 아득하게 한다 저도 모르게

둑길을 멀리멀리 떼어놓는다

그렇다

하늘로 떠 있는 저

하늘

`달개비꽃`(2004)

모든 방향에서 슬픔은 온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지금은 작고한 노 시인의 가슴에 눈에 고이는 풍경들이 슬픔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 풀꽃이 지는 것도, 그래서 둑길이 아득한 것도 슬픔으로 다가온다. 저 혼자 가는 풀꽃은 꼭히 풀꽃이 아니리라. 하늘로 떠 있는 저 하늘은 꼭히 하늘은 아니리라. 자연을 지배하고 우주를 정복하려고 하는 우리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이 숙명으로 안고 가는 슬픔이 있어서 이렇듯 작은 풀꽃 하나에서도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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