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슬픔은 붙었다 녹슨 쇠붙이의 몸에는

녹슬지 않은 하얀 얼룩 같은 것이 떨어질 듯, 붙었다

대문을 삐끔 열고 나온 늙은이가 하아얀 치아의

웃음을 문간 위에 걸어놓고 돌아간다 그 집에는 곧

느닷없는 기쁨의 손님들이 들어찬다 굽은 삭정이

그 집의 감나무 가지 위에도 오늘은 하얀 웃음 달이 걸렸다

(시의 일부분 인용)….

`지나가는 슬픔`(2004)

시인은 녹슨 쇠붙이를 늙은이에 비유하면서 소멸이라는 주제를 펼쳐 보이고 있다. 녹슨 쇠붙이에 붙어있는 녹슬지 않은 하얀 얼룩이나 하이얀 치아는 소멸이 아니라 스러질 듯하면서도 스러지지 않은, 살아있는 존재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상황과 상태를 말하고 있다. 사라져 버릴 것 같지만 살아있는 존재의 절실한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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