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시대 `사랑이야기` 그려

여름 휴가철을 맞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2편이 나왔다.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최근 펴낸 `어부 마르코의 꿈`과 `콘스탄티노플의 뱃사공`,

시오노 나나미는 10대 때부터 지중해 세계에 매료당해 오로지 독학으로 로마 역사 연구에서 일가를 이루고 한국에서도 드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환상적인 일러스트도 시선 뺏아

1970년 쓴 초기작… 현대판 부활

서양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역사현장을 발로 취재하며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마사에 천착하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는 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는 도전적 역사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놀라운 필력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렇듯 그가 전 세계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소설이란 서술 형식을 빌려 그 시대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우리의 흥미를 유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펴낸 `어부 마르코의 꿈`과 `콘스탄티노플의 뱃사공`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비교적 짧고 간결한 내용으로 구성된 2편의 동화는 1970년대 말에 쓴 시오노 나나미의 초기작이다. 일본에서는 각각 1979, 1980년에 펴냈다 절판됐다. 그후 약 28여 년이 지난 2007, 2008년 새롭게 다시 펴내 그의 명작을 현대판으로 부활시켰다.

르네상스 시대 지중해의 상업과 무역을 장악하던 두 도시인 베네치아와 콘스탄티노플을 무대로 쓴 꿈같은 사랑 이야기는 그 시대의 낭만적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글의 내용을 함축해 그려 넣은 환상적인 일러스트는 글을 읽는 독자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시오노 나나미가 그려낸 두 소년의 사랑 이야기는 어른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었음직한 개인의 정신적·육체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적·사회적인 분위기, 남성 위주의 기득권 세력에 소외된 여성들의 일생, 신분의 차이에 따른 차별과 이를 수용하는 소시민의 삶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한길사가 펴낸 `어부 마르코의 꿈`과 `콘스탄티노플의 뱃사공`은 1970년대 말에 쓴 작가의 초기작으로, 각각 르네상스 시대 지중해의 두 도시 베네치아와 콘스탄티노플을 무대로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동화다.

`어부 마르코의 꿈`은 사육제 날 밤 벌어지는 가난한 열여섯 살 어부 소년 마르코와 아름다운 귀부인의 사랑 이야기다.

마르코는 굴을 배달하는 심부름으로 당대의 부호이자 귀족인 단돌로가의 저택을 찾는다. 그곳에서 마르코는 부인의 손에 이끌려 무역 일로 알렉산드리아에 간 주인을 대신해 신분을 가장한 채 파티를 즐긴다. 가장무도회의 술과 가면에 기죽었던 마르코는 대담한 남자로 변하고 부인과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콘스탄티노플의 뱃사공`은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과 금각만을 오가는 거룻배의 뱃사공 테오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엄마를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갈라타 지구에 사는 소녀 록산나는 닷새에 한번씩 콘스탄티노플의 아버지를 만나러 테오의 배에 탄다. 닷새마다 마주치게 된 소년과 소녀는 친구가 되고 소년은 소녀가 배에 타는 날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록산나의 자취는 사라지고 소식도 끊긴다. 어느 날 테오 앞에 최고 권력자 술탄의 여인의 가마가 나타나고 록산나는 테오에게 뱃삯대신 주던 하얀 꽃다발을 남기고 떠난다.

각각 일본의 유명 화가인 미즈타 히데오와 츠카사 오사무가 그린 삽화가 곁들여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日 작가 시오노 나나미 `어부 마르코의 꿈` `콘스탄티노플의 뱃사공`

김남주 옮김, 한길사 刊, 각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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