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김태권씨… `60년 양조기술` 아들에 전수

우리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술로 널리 알려진 막걸리가 최근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더 바빠진 사람이 있다. 포항시 북구 덕산동 중앙초등학교 옆 사거리의 포항탁주제조장 공장장이었던 김태권(84)씨가 그 장본인. 또 김씨는 아들 김형수(52)씨와 함께 남구 동해면 약전리에 `일월탁주장`을 열어 자신의 양조 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그는 요즈음 정신없이 바쁘지만 자신의 양조 기술을 마음껏 뽐낼 수 있어 더없이 기분이 좋다. 67년간 양조장에서 술을 빚으며 살아온 양조 장인(匠人) 김태권씨를 만났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 쌀과 우리 막걸리, 상생의 경제학

② 막걸리, 이름값을 높이다

③ 민족 전통의 술, 막걸리

④ 넓은 시장을 노려라

김씨는 18살이었던 1945년 외삼촌의 청주 양조장 가업을 물려 받으면서 양조장 일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는 막걸리뿐만 아니라 소주, 포도주 등 다양한 술을 제조하는 기술을 보유한 진정한 장인이다.

술과 함께 살아온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씨가 양조장에서 하는 일은 술을 제조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인 술맛 감별이다. 60년이 넘는 화려한 경력 덕분에 향기를 맡거나 발효되는 모습만 봐도 술이 잘 익어가는가를 구분할 수 있는 그다. 인터뷰 내내 그는 한없이 인자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제조에 관한 질문을 건네면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답했다.

제조 기술 중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효모와 효소를 적절히 배양하는 과정.

술 맛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양조장 마다 술맛 차이가 나는 이유 또한 효모와 효소 비율 차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효모와 효소를 배양하고 술 맛을 감정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평생을 이 부분에 몸바쳐 온 김씨에게서 자만심이 아닌 자존심이 느껴졌다.

그는 단맛과 신맛, 구수한 맛, 떫은 맛을 고루 갖추고 있는 술을 최고로 꼽았다.

김씨가 양조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술이 발효되는 과정을 지켜볼 때다. 그는 술이 발효할 때 음악을 틀어놓는다. 미생물도 음악을 듣기 때문에 훨씬 맛있는 술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 잊고 살던 추억을 찾은 것처럼 기쁘다며 활짝 웃는다.

김씨의 경력은 화려하다. 그는 제주, 마산 등 전국을 다니며 양조 기술 지도를 했을 정도로 양조 분야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강릉의 한 양조장에서 일했을 당시엔 KBS 1TV의 `6시내고향`에 출연한 경험도 있다. 언론사나 방송국과의 인터뷰도 적잖이 했다.

그런 김씨도 불행한 순간이 있다. 바로 원하는 만큼 맛있는 술이 나오지 않았을 때다.

“살아있는 미생물과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온도, 시간 등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게을리하면 좋은 술이 안나와요.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가 없어요.”

60년 넘게 양조장에서 일해 온 김씨. 그는 막걸리에 관한한 백과사전이다. 추억도 많다. 처음 양조장에 일하러 왔을 땐 술이 귀하기도 했지만 국가에서 양조장에 쌀을 배급해 줘 만들기도 했다고 회고한다.

나무 말통이나 술단지에 막걸리를 담아 놓고 주전자를 가져와서 술을 담아가던 그 시절의 모습, 그는 그것을 한 폭의 그림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내가 실제 나이보다 조금 덜 들어보이는 건 막걸리를 마시기 때문이예요.” 실제로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김씨는 과음하지 않고 막걸리를 시간을 맞춰서 마시면 오히려 약이 된다고 했다. 적당히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요즘 술의 품질이 좋아졌다는 말에 김씨는 우리쌀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쌀을 쓰면 지역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고 애주가들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말도 더했다.

“왜 이제와서 전국 신문이나 각종 매체에서 우리 전통 막걸리가 인체에 좋다고 보도하는지 안쓰럽기만 해요. 이미 그런 것들은 널리 알려져 있던 사실인데…”

그는 앞으로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면 전국을 돌며 막걸리 홍보를 하고 싶다면서 “막걸리는 적당량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젊게 살 수 있는 보약이 되기도 한다”며 막걸리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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