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느냐

낯익은 듯 낯선 듯

하도 작아져 깜빡 스치다가

유난스런 풋비린내

가던 길 뒤돌아서

간지럽도록 어루어보니

누가 날 개조하였으니

혼까지는 빼내지 못해

나 언젠가

들녘 네 모습에 취해

쑥 디밀어본 후각

그 지독한

쑥부쟁이 냄새 같은

누가 너를 이렇게 작게 만들었느냐

`우물`(2001)

이 시가 실린 `우물`이라는 시집에 실린 많은 시들이 존재에 대한 근원을 갈구하는 작품들이다. 작아진 국화를 보면서 그는 세상 모든 존재의 본질과 원형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것은 선문답 같은 질문이긴 하지만, 인간 본연의 원초적 질문이기에 그 추구는 가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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