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비숍·마이클 그린 `박애 자본주의` 504쪽, 1만8천원

지금 자본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 금융자본의 끝없는 탐욕, 전 지구적인 환경 착취로 인해 오늘의 자본주의는 뿌리부터 의심받고 있다. 과연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

신간 `박애자본주의`는 세계적인 거부들과 명사들의 `박애자본주의 운동`을 조명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인 매튜 비숍 이코노미스트지(紙) 뉴욕지국 편집국장은 박애 자본주의가 미국을 넘어 중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박애 자본주의가 사회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책은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세계적인 억만장자들의 주도로 사회 전반에 기부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기업 이익과 사회 이익을 연계시켜 자선 활동에 적극 나서는 새로운 흐름을 박애 자본주의로 정의한다.

오늘의 박애주의에는 기부와 자선이라는 단순한 선의의 행동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다. 박애자본가들은 비즈니스적인 접근법으로 기부를 조직화함으로써 의도적이고 효과적으로 인류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 하며, 그들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한다. 이러한 의도와 규모의 측면에서 박애자본주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은 박애자본주의의 역사, 박애자본가들의 생각 및 활동상, 박애주의의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측면 등을 낱낱이 검토함으로써 `박애자본주의`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박애자본주의`의 저자인 매튜 비숍과 마이클 그린은 자본주의적 성공과 성취를 대변하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등의 예를 통해 포스트-자본주의는 외부적 충격이 아닌 내부의 변화에서 오며, 그것은 이미 진행 중에 있는 현실적 사건임을 드러낸다. 사실 이 두 명의 세계적 거부가 보여준 행보는 놀랍다. 워런 버핏은 이미 지난 2006년 자신이 가진 재산의 99퍼센트(약 46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고, 게이츠는 자선사업에만 전념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또한 그들은 2009년 5월부터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기부 서약`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계획대로라면 그 금액은 한 나라의 GDP에 육박하는 6천억 달러(약 720조 원)에 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진정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엄청난 금액의 자선 액수가 아니다. 오히려 기부의 성격과 개념이 완전히 변하고 있다는 점에 중요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자선이 자발적 선행의 성격을 띠어온 반면, 최근에 와서는 비즈니스 활동 목적의 하나가 되었고, 또 기부가 `선심`이 아닌 세금 납부나 수익의 재투자와 같은 자본가의 자연스럽고도 의무적인 행위로 바뀌었다. 또한 기업들은 자선활동을 자신들의 사업과 결합시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노력한다. 저자는 이것은 자본주의가 큰 틀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음을 암시하며, 이 새로운 `메가트렌드`는 `박애자본주의`라는 한 단어로 정의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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