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울음소리 옥양목의 가위질 같다

차가운 별빛은 물에 씻어 박은 듯

잊고 산 세상일들이 오린 듯이 또렷하다

`먼 하늘 바람꽃`(2001)

포항에서 활동하는 시조시인 서숙희의 시조 한 편을 올린다. 시조에 쓰이는 언어들이 그렇듯이 정갈하고 단촐한 시어들이 작은 그릇 속에 소복한 느낌을 준다. 제 몸을 비벼 소리를 내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씨악씨악 가위질 소리 같이 작고 명징하게 들리는 듯하다. 처서 무렵의 차가운 별빛이 분탕스런 세사(世事) 위로 깨끗하게 내리는 저녁, 이 시를 읽는 이의 마음도 그렇게 벌레울음소리와 고운 별빛이 스미길 바라는 시인의 고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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